"프랑스가 무릎 꿇고 사실상 패배한 순간에도 우리 곁에 서 있어 준 사람들이 영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경쟁국' 영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이 2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열렬하게 영국을 예찬했다. 그의 연설에 의회 내 로열 갤러리(Royal Gallery)를 가득 메운 의원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사르코지는 영국 방문 첫날인 26일 오후 의회에서 한 45분의 연설에서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프랑스 해방을 도운 역사를 거론하며 "영국인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이 방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생겨났다"며 "이 방이 없었다면, 의회 민주주의라는 게 존재했겠느냐"고 극찬했다.
로열 갤러리 내 사르코지가 선 연단의 오른쪽에는 워털루 전투, 왼쪽에는 트라팔가 해전을 그린 유화가 걸려 있었다. 모두 프랑스가 영국에 크게 패했던 전투였다. 자크 시라크(Chirac) 전 대통령은 영국 의회 연설 시 이 그림들을 가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애증(愛憎)으로 얽힌 양국 관계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표현하면서 넘치는 말의 성찬(盛饌)으로 영국을 찬양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어 연설에서 에너지·이민정책·안보 등에서 양국의 새로운 '형제애'를 제안했다. 또 영국군의 부담을 덜기 위해 4월 2~4일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 때 프랑스군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이 유럽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아줄 것을 주문했다. 사르코지는 "유럽을 변화시키려면 영국이 유럽 내에 있어야지, 유럽 밖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독일 축이 유럽의 원동력이기는 해도 EU 27개국을 다 함께 움직이려면 프랑스·영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사르코지의 연설은 화려한 수사(修辭)로 넘쳐, 별로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라는 제목을 달았다. 공영방송 BBC는 웹사이트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영국인들에게 구애(求愛)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