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이혜진, 우예슬양 유괴·살인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 '부실 수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경찰이 26일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총력대응 체제 가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경찰청 본청과 전국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실종 사건을 전담하는 '실종수사 전담팀'을 신설하고, 어린이들의 가방에 이름과 연락처 등 신상정보가 내장된 전자태그를 부착해 사고에 대비하겠다는 내용이다.
숨진 혜진양의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용의자를 코 앞에 두고서도 80일 넘게 경찰 2만5000명과 수색견, 헬기까지 동원해 '헛다리' 수사를 벌였던 경찰이 마침내 뭔가 '결의'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경찰이 이렇게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자녀 가진 부모들은 좀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지난해 2월에도 이번 경찰 발표와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같은 동네 신발가게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있은 뒤였다. 그때도 정부는 아동 성범죄자의 처벌규정과 신상공개제도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담조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법률을 개정하기도 했다. 또 2월 22일을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로 정하는 선포식까지 했다. 쉽게 말해 발표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발표했던 셈이다.
그러나 그 '빛나는' 정부 대책이 만들어진 직후에 혜진양과 예슬양이 유괴돼 살해됐다. 그 밖에도 숱한 '아동과 부녀자' 대상 범죄들이 있었다. 정부는 늘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별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이란 단지 한때의 나쁜 여론을 무마하거나 상부의 눈치를 보고서 급조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정부는 '발표'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깨닫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