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6가 동화시장엔 단추와 지퍼 가게들이 모여 있다. 40년 된 5층 시장 건물 곳곳에 지난해 12월 그림과 설치미술이 들어섰다. 입구엔 경비원 아저씨와 가게 여주인을 모델로 삼아 재미난 전신상(全身像)을 그려놓았다. 그 옆에는 시장 사람들 표정을 익살스럽게 잡아낸 조각그림 200개로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어 세웠다. 계단은 색색 옷감으로 장식하고 옥상엔 단추 모양 의자와 지퍼 모양 벤치를 놓았다.
▶근대사 무대였던 중구 정동길도 지난해 가을 탈바꿈했다. 새로 놓은 긴 철제 벤치에 앉으면 과거 이곳에 있었던 라디오 방송국의 공개방송과 흘러간 유행가가 나직하게 들려온다. 정동교회, 옛 러시아영사관, 중명전 등 역사 현장을 소개하는 산뜻한 새 안내판도 섰다. 이화여고 돌담에는 학생들이 그린 큰 꽃이 화사하다.
▶동화시장과 정동길의 변모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거리를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30곳에 공공미술사업을 벌였다. 불광천·서울숲·청계천 같은 휴식공간과 옥수역·합정역·을지로역을 비롯한 지하철 역사(驛舍), 서울농아학교·신림동 공부방·중동초등학교와 인사동·돈의문터·광화문 주변이 전시장으로 변했다. 의욕과 창의성 넘치는 젊은 미술가·건축가·디자이너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경쟁하고 협력했다.
▶신문로 흥국생명 옆엔 미국 설치미술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2002년 작품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서 있다. 높이 22m, 무게 50t짜리 초대형 인물상의 오른팔이 1분17초 간격으로 천천히 망치를 내리치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이 신문로 명물을 '갤러리 프로젝트'에 따라 도로 쪽으로 4.8m 옮긴다고 한다. 건물 옆에 바짝 붙어 있던 작품을 시민들 속으로 끌어내고 주변에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거리 갤러리'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 1월 새 정부 핵심정책의 하나로 '디자인 코리아'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2006년 7월부터 '디자인 서울'을 주창하고 있다. 이제 도시의 삶은 생존차원을 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사람들은 삶의 질에 더 눈길을 두게 마련이다. 공공 디자인이 새 흐름으로 각광 받는 이유다. 서울을 큰 미술관으로 가꾸는 데 지역 특성과 주민 의견을 보다 충분히 담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