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훙차우 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24·가와사키). 짧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여전했지만 취재진의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정대세는 지난달 동아시아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스타 공격수로 떠올랐다. 특히 10명으로 맞서던 한국 전에서 후반 한 차례의 날카로운 역습으로 동점골을 뽑아내 한국의 '경계대상 1호'가 됐다. 26일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한국 전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정대세는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내 혼과 내 힘, 내 인생을 걸고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가 합류한 한국과의 경기가 걱정 되지만 동시에 기대도 된다고 했다. "박지성은 분명히 우리보다 한 수준 높은 선수입니다. 챌린지(도전)한다는 마음으로 뛰려고 합니다." 한국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또 한번 따돌릴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엔 간단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있어요. 그렇게 해야죠. 안 그러면 못 이기니까."

저돌적인 돌파가 웨인 루니(잉글랜드)를 닮았다고 해서 한국 팬들이 붙인 별명인 '인민 루니'. 정대세는 "그 얘길 듣고 많이 웃었다"며 "루니보다는 디디에 드록바(첼시)처럼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K리거의 꿈도 숨기지 않았다. "좋은 조건이면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정대세는 "최종 목표는 잉글랜드 무대에 서는 것이며 박지성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월드컵 아시아예선 요르단 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린 홍영조도 이날 북한 팀에 합류했다. 북한 팀의 왼쪽 공격수로 출전하며 날카로운 프리킥을 자랑하는 홍영조는 지난 시즌 세르비아 리그 4위 팀 FK 베자니야에서 뛰고 있다. 정대세는 홍영조와의 호흡에 대해 "한 팀에 두 명의 '왕'이 있어선 안 된다"며 "서로 이해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박지성과 오범석(사마라)이 이날 중국에 도착해 엔트리 23명이 모두 모였다. 상하이행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되며 오후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박지성은 "정대세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포지션에서든 열심히 뛰어 반드시 북한에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