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대구 서구)가 23일 4·9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 공천을 정면 비판하고, 한나라당 공천자들이 집단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당내 분란이 격화되는데 대해 정면으로 대응한 것이다. 총선 후보 등록 이틀을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일대 혼란 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친 이명박측 좌장(座長)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구을)도 이날 저녁 청와대를 방문, 이 대통령을 면담하고 자신의 총선 불출마 등 당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국회에 진입하지 않을 경우 총선 후 당권(黨權)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공천 결과에 시비 걸지 말고 정권교체의 마무리에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신(神)이 공천을 해도 불만은 있기 마련"이라며 "이 부의장의 불출마 요구와 계파간 공천갈등도 제 불출마로 모두 끝내자"고 했다. 강 대표는 총선까지 당대표로서 총선지원 활동을 한 뒤 선거가 끝나면 대표직 사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공천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불출마를 밝히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 회견에서 "4·9 총선 공천은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이 사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총선 지원유세 여부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고 했고, 자신을 지지했다 낙천해 탈당한 '친박 연대'나 '무소속 연대'에 대해서도 "제가 그 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두언, 진수희, 공성진, 차명진, 박찬숙 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공천자 55명은 이날 회견을 갖고 이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및 국정관여 금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새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원인을 인수위의 월권과 과속,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우대 인사'과 '강부자(강남 땅 부자 입각)'로 일컬어지는 새 정부의 인사 실패, 당 공천 실패에 묻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덕룡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 부의장의 공천반납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이 측 원로그룹에선 "뒤늦게 이 부의장의 공천을 문제 삼는 것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며 "그 뒤에는 이재오 의원의 음모가 있다"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