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뚜둥뚱뚱~"

여주군 강천면 도전2리. 조용한 마을에 가야금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울려퍼진다. 전통현악기연구원을 운영하는 악기장 최태귀(52)씨가 가야금에 줄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만든 가야금에 마지막 숨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악기는 작은 차이에도 소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죽은 나무에 숨소리를 찾아 주는 일은 그만큼 예민하고 정교한 일이지요."

◆무형문화재 김광주 선생이 고모부

최씨가 우리 전통악기를 만든 것은 올해로 34년째다. 시작은 고모부를 통해서였다. 최씨의 고모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고(故) 김광주 선생. 우리 악기에 이끌려 고모부의 문하에 입문해 전통현악기 제작기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1984년 4월 고모부가 타계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가 각 분야의 최고 명장을 선정한 10대 장인에 악기 제작 부문으로 뽑혔다.

2006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드라마 '황진이'에 가야금, 거문고를 협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싼 것은 몇십만원대. 비싼 건 수천만원에 이른다.


◆도전2리 마을회관에 전시관도 운영

그가 여주로 작업장을 옮긴 것은 2001년. 산과 물이 좋은 여주의 자연환경이 좋았다. 도전2리 마을회관 2층에는 전시관까지 꾸려 국악기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최씨네는 국악 가족이다. 큰아들 홍민(25)씨는 문하생으로 악기제작을 배우고 있고 또 아내 조정민(51)씨는 전통현악기연구원을 함께 운영하는 동료이자 공동대표다. 딸 윤화(22)씨는 대학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 아들 윤석(19)씨는 남원에서 아쟁을 공부하고 있다. 작품활동 틈틈이 여주와 이천 등지 초등학교에서 우리 국악에 대해 강의를 하고 민예총 여주지부 이사로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활동하기도 한다.

◆좋은 악기는 좋은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최씨는 "좋은 악기를 만드는 일은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가 수입산 목재를 멀리하고 전라도 일대를 누비며 거문고와 가야금의 주재료인 좋은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찾아 헤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고른 나무는 5~10년 정도 자연 건조 과정을 거쳐야만 가야금, 거문고, 아쟁를 제작하는 재료로서 준비를 마치게 된다.

나무를 고르고 준비하는 일에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 외에도 장인의 섬세한 손놀림과 정성이 중요하다.

"우리 악기는 울림통의 미세한 두께 차이로도 음색이 달라집니다. 톱질 한번, 대패질 한번에도 온 정성을 기울일 수 밖에 없죠."

악기장에게 악기 제작의 클라이맥스는 악기를 완성했을 때가 아니다. 실제 연주자들의 손끝에서 그는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국악인들이 제가 제작한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이따금 악기를 만들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전율을 경험합니다."

30년 넘게 악기를 제작해온 악기장도 우리 소리의 무궁무진한 매력은 다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변화무쌍하고 때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그것이 바로 우리 악기, 우리 음악의 매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