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Dalai Lama·72)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2세 때 티베트 불교의 1인자인 달라이 라마(제14대)가 된 그는 1959년부터 망명정부를 이끌면서 줄곧 비폭력 노선을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라싸 등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로 80명(티베트 망명정부 주장)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그의 중도 노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달라이 라마는 "매우 슬프고, 불안하며, 무력감(helpless)에 빠진다"고 한탄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 보도했다. 그는 또 "나는 티베트인들의 머슴인데, 그들에게 '이건 하고 저건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자신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음을 실토했다.

그는 "지금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며, 중국 정부와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로 중국과 티베트인 모두 그를 배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측은 달라이 라마를 폭력 사태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해, 강력히 비난한다. 그러나 티베트의 청·장년층은 그들대로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에 좌절감과 불만을 터뜨린다.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티베트의 분리·독립 대신 자치권을 확보하겠다는 그의 50년에 걸친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후계 구도가 오리무중인 것도 부담이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판첸 라마에 기알첸 노르부(18)를 일방적으로 임명하고 달라이 라마 고사(枯死)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사태는 달라이 라마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혹독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