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뢰인은 좋은 변호사 때문에 무죄인 것이 아니라, 혐의를 벗어날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풀려나야 합니다.(My client shouldn't go free because of good lawyers; he should go free be cause of reasonable doubt)"

지난 3월 9일 오후 건국대학교 법학대학 4층 모의 법정실. 한국 영어모의법정 대회 결승전에 참가한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양보 없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대원외고의 '세븐몽키스'팀과 민사고의 'SLC'팀은 명문 고교답게 '외나무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법정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학교의 명예를 건 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었고 한마디 한마디에 날카롭게 맞섰다. 이번 대회는 '한국모의법정협회'(협회장 대니얼 메도스 변호사·www.koreamocktrial.com)가 주최했으며 한영외고, 청심국제고 등 전국 고교 14개팀이 참여했다.

결승전의 주제는 노숙자 여인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식당 주인이 범인인지 아니면 다른 살해자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었다. 대원외고팀은 식당 주인의 변호인역을 맡아 무죄를 주장했고, 민사고팀은 반대편에 서서 죄가 있음을 따졌다. 그러나 치열한 논리 싸움 끝에 우승은 대원외고팀에 돌아갔다.

대원외고팀의 주장인 권도형(18·2학년)군은 "장차 법조인을 꿈꾸는 친구들과 뜻을 모아 대회에 참가했다"며 "모의 법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 방식 능력과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우수 변호인상(Best Attorney)은 민사고팀의 주장인 양은성(18·2학년)양이 차지했다.

올해 제4회를 맞이한 한국 영어모의법정 대회는 미국 고교 모의법정 챔피언십(National High School Mock Trial Championship)에 참가할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다. 1984년부터 시작된 미국 고교모의법정은 진정한 정의의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법의 규칙을 배우는 교육장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모든 주에서 대표팀이 참가하고 있으며 토너먼트 형식으로 겨룬다. 해마다 주를 옮겨가며 대회가 열리며 올해는 오는 5월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다. 결승 보다 예선전이 더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주는 해마다 8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 현재 미국이 아닌 외국 참가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모의법정은 미국 법정 형식으로 실시되며 한 팀당 6~8명이 참여한다. 보통 팀은 3명의 변호사와 3명의 증인으로 구성되며, 배심원과 판사가 입장하면서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은 2시간 정도 걸린다. 판사는 4명이며 올해 한국 결승전에는 소세이도 캘리포니아 법원 판사, 숀 헤이즈 건국대 교수, 마고트 엔리 변호사, 조던 최 소령이 판사역을 맡았다. 학생들의 법적 대응력을 살피는 대회인 만큼 소송에서 이겼느냐를 보지 않고 얼마나 논쟁력이 뛰어난지를 놓고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대회는 매년 3월과 8월에 대회가 개최된다. 그동안 1회부터 3회 대회까지 한영외고 학생들이 우승을 차지했었다. 한국대회 우승팀은 미국 고교 모의법정 챔피언십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2~4위 팀은 미국 모의법정 대회(American Mock Trial Invitation al)에 참가 자격을 얻는다.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참가 자체만으로 미국 대학 진학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2006년 국내 대회에서 2위를 얻은 박지현양은 AMTI에 참가해 최우수 증인상(Best Witness)을 수상했고 이듬해 하버드 대학에 합격했다.

한국 모의법정 대니얼 메도스 협회장은 "학생들에게 법적 배경지식을 쌓게 하고 비판적 사고를 길러 설득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한국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지금까지는 주로 특목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일반 학교의 학생들도 참가하도록 대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국모의법정협회가 밝힌 모의법정시 유의사항

①판사를 향해 이야기하라.

모의법정에 나선 학생들은 판사가 아닌 증인을 보거나 다른 변호인만 보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판결은 판사가 하므로 판사를 보며 말을 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②이의제기(Objection)를 남발하면 감점요인이다.

적절한 이의제기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남발하면 고의적인 것으로 보여 불쾌감만 줄 수 있다.

③너무 빨리 말하지 마라.

법정은 자신이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좋다.

④첫째, 둘째, 셋째 등 순서를 밝히며 논리를 전개하라.

아무리 논리가 뛰어나더라도 순서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면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없다. 순서를 하나씩 밝혀야 상대방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