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월 총선에선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이 자취를 감췄다. 경선은 4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었다. 과거 당 총재가 휘두르던 공천권을 지역구 당원과 유권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였고, 경선을 일컫는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말을 각 당이 앞다퉈 도입했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243개 지역에 후보를 내면서, 이 중 83곳(34.1%)에서 경선을 실시했다. 한나라당도 16곳(7.3%)에서 경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드는 일이 빈발했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도 당내 경선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은 한 곳에서도 당원 또는 국민 경선을 실시하지 않았다. 공천 신청자 간 우열이 뚜렷하지 않은 37 곳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경선'이란 이름을 붙여 진행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경선 지역이 한군데도 없다. 당원 경선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경선이 사라지긴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실제 주요 정당의 공천이 대통령 취임식과, 민주당 합당 등으로 총선을 2개월여 앞둔 2월부터 시작된 탓에 선거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경선을 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은 잦은 분당(分黨)과 합당으로 당이 계속 바뀌다 보니, 경선에 필수적인 당원 명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힘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정당 정치의 붕괴가 경선 실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신계륜 민주당 사무총장도 "당헌이 규정한 경선을 하지 않는 것은 정당정치의 명백한 후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 대한 불만과 비판도 '경선 실종'의 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은 4년 내내 경선만 하다가 날이 저물었다"며 "고비용·저효율의 상징이 경선"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선은 '동원 논란'과 '유령·종이 당원 논란' 등 숱한 문제를 낳았었다.
하지만 경선이 사라지면서 당 공천심사위가 무소불위의 전권(專權)을 갖게 된 데 대한 당 안팎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과거 '당 총재 시절 밀실공천'과는 다르지만, 공천 불복과 탈당 같은 결과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경선을 실시하면 법적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연세대 정외과 김상준 교수는 "경선은 국민의 검증을 받기 전에 당내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므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