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음 비움에 대한 명상'(마성 스님 저)이란 책을 틈날 때마다 본다. 베이징올림픽 본선진출을 달성한 김경문(50) 야구대표팀 감독.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곳곳에 만만치 않은 '번뇌'가 느껴졌다. '8년 만의 올림픽 진출'이란 임무를 완수했지만,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책임감과 소속팀 프로야구 두산 감독으로서의 책임 사이의 갈등이다. 김 감독은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소속팀 감독으로서 제대로 책무를 다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명상과 기도로 복잡한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그에게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했다. "올림픽에 나갈 최강팀에는 어떤 선수들이 보강돼야 합니까?" 김 감독은 "이제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수고했다는 말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올림픽에는 미국, 일본, 쿠바를 포함해 8개의 최강팀만 나온다. 결승까지 9경기를 한다고 보면 투수진 보강은 빼놓을 수 없는 숙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엔 투수들 가운데 서재응(KIA)과 배영수, 오승환(이상 삼성), 박명환(LG) 등이 빠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막 후 5연승을 거두며 가볍게 본선에 진출했다. 김 감독이 꼽은 티켓 확보의 분수령은 멕시코와의 3차전. 한국이 6대1로 이겼지만, 초반 실점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면 경기를 놓쳤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김 김독은 "예전에 비해 캐나다, 호주, 멕시코, 대만 등 중위권 팀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며 "캐나다 타자들은 한국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정도로 타격 폼이 간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 5연승을 거둔 것은 박진만, 이진영 등 부상 선수들의 적극성 덕분이었다"고 했다. 또 대표팀의 톱 타자 자리를 굳힌 이용규와 중심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준 이승엽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제가 베이징에 갈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대표팀 감독 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김경문 감독체제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귀국하면 두산의 시즌 준비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산의 우승도 나에게 맡겨진 큰 임무"라고 했다. 김 감독은 15일 귀국하면 다음날 LG와의 시범경기부터 두산 벤치를 지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