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골을 넣었을 때는 머릿속이 텅 비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야 나를 위해 그늘에서 애써 주신 새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9일 대구 FC와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에서 2골을 기록해 4대2 승리를 이끈 경남 FC의 신인 서상민(22)은 우선 부모님에게 감사를 표했다. 신인이 개막전에서 2골을 넣은 것은 1983년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
그의 부모님은 이날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와 아들의 프로 데뷔전을 지켜봤고, 아들은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서상민은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새 아버지는 친자식도 아닌 나와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일하셨다"면서 "잘 크고 있다는 점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했다.
서상민이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공을 차는 모습이 눈에 띄어 서울 성내초등학교 축구팀에 들어갔다. 처음엔 집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고 반대했지만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는 축구밖에 없었고 어차피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인중-보인정산고, 연세대를 거친 그는 지난해 1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경남FC에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받았다. 경남FC는 원래 중앙수비수를 지명할 예정이었지만 쓸만한 수비수들이 다른 팀으로 빠지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그를 골랐다고 한다. 윤덕여 코치는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다른 신인들과 달리 프로를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있게 경기하는 대담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조광래 감독도 흡족한 표정이다. 조 감독은 지난 1월 키프로스 동계 전지훈련 때부터 서상민을 팀 A그룹(주전그룹)으로 발탁했다. 조 감독은 "머리가 영리하고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조금 더 다듬으면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드리블 등 잔기술을 좋아하다 보니 경기 템포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 1m75, 69㎏인 서상민은 체력과 근력 보강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서상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지단 같은 선수들을 좋아한다"며 "아직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대표팀에 발탁될 기회도 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