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멕시코를 꺾고 3연승을 거두며 베이징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야구대표팀은 9일 대만 도우리우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최종예선 3차전에서 주포 이승엽이 승부처마다 타점을 올리며 맹활약, 6대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독일에 2대0으로 승리한 대만과 함께 3연승으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호주는 캐나다를 10대5로 꺾고 2승1패를 기록해 캐나다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0일 오후 1시30분 스페인과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8일 경기에서 난적으로 꼽던 호주를 16대2, 콜드게임으로 이긴 데 이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마저 제압함으로써 8개 팀 가운데 3위까지 주어지는 티켓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멕시코전에서도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0―0이던 4회말 무사 2루에서 짧은 중전안타로 선취타점을 올린 뒤 8회에도 1타점 적시타를 쳐낸 것. 이번 대회 3경기서 11타수 6안타 1홈런 7타점의 맹타다.

한국은 지난 3일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4.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멕시코 선발 왈테르 실바의 호투에 눌려 종반까지 접전을 펼쳤다. 4회 선취점을 얻은 뒤 5회초 선발 김광현이 멕시코의 미겔 오헤다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6회 이택근의 희생플라이로 앞서 나갔지만 여전히 1점차 살얼음 리드.

아슬아슬한 승부가 한국 쪽으로 완전히 기운 건 8회였고, 이승엽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승엽은 이용규의 볼넷, 고영민의 좌전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서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어 이종욱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친 데 이어, 이택근의 희생플라이로 8회에만 4점을 뽑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광현은 6회까지 6안타를 맞았지만 1점만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황두성(2이닝)과 정대현이 깔끔하게 이어 던졌다. 김동주는 이날 모친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귀국했다.

왼손 엄지 인대 부상으로 지난해 힘겨운 시즌을 보냈던 이승엽이 이번 대회에서 한 차원 진화한 모습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진루타가 필요하면 가볍게 짧은 안타를 만들고,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예상외의 공이 와도 임기응변으로 기회를 살린다. 노리던 코스에 공이 오면 전형적인 게스 히터(guess hitter)답게 홈런을 뿜어낸다.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약점으로 꼽히던 인코스 쪽에 공이 오더라도 손목과 허리가 돌아가는 시간이 빨라졌다. 상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철저히 없앤 것이다. 이승엽은 "상대분석이 철저한 일본에서 4년을 지내다 보니 경험이 쌓였다"며 "상대가 약점을 파고드는 만큼 그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 야구의 타격 차가 바로 이 미세한 스윙의 차이인데 요즘 이승엽의 타격을 보면 경지에 오른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