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도시남녀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소설을 선보인 서유미씨.

신예 작가 서유미(33)는 단 두 편의 소설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장편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녀는 이어 장편 '쿨하게 한 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까지 거머쥐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서유미의 소설은 인간 군상의 욕망을 톡톡 튀는 세련된 어휘와, 하나의 문장 안에 여러 의미를 압축하는 함축적 문체로 아우른다. '판타스틱 개미지옥'에서 백화점을 무대로 도시인의 숨겨진 욕망을 추적했던 작가는 신작 '쿨하게 한 걸음'에서 '30대 도시 여성의 성장통'이라는 주제 아래 다시 한번 도시의 서사를 펼친다.

소설의 주인공 연수는 작가와 같은 나이인 33세이다. 서른 셋을 목전에 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수는 남자친구와 결별한다. 이어 회사까지 그만둔 연수는 대학 도서관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

작가는 "내가 살고 있는 30대의 삶은 10대 소녀 시절 상상하던 것과 다르더라"고 말했다. 그녀가 눈을 돌려 바라본 주변 30대의 삶은 취업난과 늦어진 결혼, 출산의 기피 등으로 요약된다. 소설은 그런 30대들의 삶을 '성장의 유예'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연수를 비롯해 그녀를 둘러싼 33세의 친구들이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늙은 청소년'으로 그려진다.

뒤늦게 사랑니가 탈이 나서 고생을 하는 연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치과에 간다. 연수의 동갑내기 사촌으로, 빼어난 인물 덕에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한 연재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제 와서 시집을 펼쳐 들고 문학소녀의 꿈을 키운다. 연수의 대학 동기인 동남은 원하던 직장에서 최종면접 통보를 받지만 사회인으로서의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들은 "삼십대 싱글이 어때서? 요즘은 그게 트렌드야"(40쪽)라고 당차게 선언하지만, 이내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공부에, 또 어느 시기에는 사랑과 일에 몰두해야 한다. (…) 그런데 스물다섯일 때도 서른살일 때도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늘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98쪽)며 고민에 빠져든다.

등단 첫 해 두 번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자신의 지금 심정을 소설 속 문장으로 설명했다. "부글거리던 연애만 국자로 걷어내도 인생은 참 단출해진다. 거품만 걷어냈을 뿐인데 내용물이 반 이상 사라져버린 냄비를 들여다보면 한심하고 처량해진다."(24쪽) 작가는 "상 받은 거품을 걷어내고 보니 새 장편을 써야겠다는 각오가 남더라"고 말했다.

소설 주인공 연수는 여러 모로 작가 자신과 비슷하다. 소설은 "나의 서른 셋 이후는 과연 어떤 풍경일까" 하며 불안을 드러내다가도 이내 "한 번 멋지게 꾸려가 보기로 했다"(252쪽)는 연수의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