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42~161)='바둑은 수순(手順)'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적절한 때가 있다는 얘기다. 142가 현재 가장 큰 곳인 건 사실이지만 현재의 초점은 좌하귀 일대였다. 참고 1도 4까지를 선수한 뒤 5(실전 142자리)로 갔더라면 흑 10까지 미세한 바둑으로 이끌 수 있었다.

143을 당하자 백은 뜨끔한 표정. 하지만 여기서부터 흑은 이길 수 있는 무수한 길을 놓치고 결국 근소한 차이로 역전을 허용한다. 145가 그 전주곡. 참고 2도 1과 3을 선수하고 5로 따냈으면 흑이 지는 일은 없었을 것(최규병 九단)이란 결론이다. 역시 수순이 문제였다. 실전은 백이 선수를 잡아 146을 선수하고 148로 지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147도 문제였다. 이 수로 '가'에 들여다 봤으면 백은 대책이 없었다. 참고 3도 백 2의 연결 시도는 13까지 끊긴 채 두 눈이 안 난 모습. 흑의 지나친 낙관, 혹은 형세 오판이 빚은 실책이다. 153도 작은 악수(惡手). 여기서 또 다시 161이란 완착이 등장해 바둑은 더욱 혼돈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