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예정됐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했다. 김 후보자에게 삼성의 금품을 직접 건넸다고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와 야, 김 변호사 3자 간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장은 당연히 즉각 물러나야 하고 폭로가 조작이라면 김 변호사는 위증죄(僞證罪)로 그에 마땅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회가 인사 청문회 제도를 둔 것은 바로 그런 사안들의 시시비비를 가려내 국민에게 공직 후보자의 적격(適格) 여부를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행 청문회 제도가 국회에 공직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을 주지 않고 있는 한, 인사청문회의 의미는 국민에겐 인사 정보를 제공하고, 대통령에겐 부적격자를 임명하지 말도록 정치적 여론적 압력을 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김 변호사의 청문회 증언은 이뤄져야 하고 그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파(政派)나 개인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김 변호사의 증언이 이뤄지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김 변호사 본인의 반대다. 그는 "한나라당이 후배 검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는데 어떻게 같이 나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사실 한나라당이 추가 증인으로 요구한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이번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한나라당이 반드시 이번 청문회를 열겠다는 생각이라면 김 변호사가 출석을 거부하니 증인없이 청문회를 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홍 홍보관리관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그러면 청문회는 열릴 수 있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했는데도 김 변호사가 청문회에 응하지 않는다면 김 변호사와 그를 대신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폭로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회로 가면 정치공방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를 한다고 한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이미 그와 사제단의 폭로는 정치공방을 넘어선 국민적 의혹과 논란의 대상이 돼버린 지 오래다.
진실을 찾는 작업은 특검에서만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도 마땅히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국회가 정식 절차를 밟아 증인으로 채택하면 김 변호사는 국회에 나와 할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그의 법적·사회적·윤리적 의무다.
국정원은 전임 김만복 원장의 적절하지 못한 처신으로 지난해 후반기부터 크게 흔들려왔고 지금도 중심을 잡지 못한 상태이다. 국정의 중추기관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도 국정원장 후보에게 쏠린 의혹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