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세금 낼 돈 없다니까!"

가끔씩 TV에도 출연하는 한의사 김모(65)씨는 명의(名醫)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그는 1998년부터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4억 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38 세금 기동팀'이 손님이 붐비는 한의원을 찾아가자 그는 "소득이 없어 세금을 낼 수 없다"며 막무가내였다.

"네가 뭔데 간섭이야!" 지난달 14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성동경찰서 왕십리지구대. 감자탕 집에서 2만3000원어치의 술과 음식을 먹고 도망가려다 잡혀온 오모(55·노동)씨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머리로 경찰관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어이쿠." 조중문 경사의 입 주위에 피가 철철 흘렀다. 앞니 2개가 부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조 경사는 "경찰 지구대는 취객들 놀이터가 된 지 오래"라며 "당직을 서다 보면 이런 일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울 경찰서의 한 강력반장은 "요즘엔 나쁜 짓 하고 잡혀 와서도 '인권위에 제소하겠다'며 큰소리 치는 사람이 많다"며 혀를 찼다.

소방관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에는 소방호스를 밟고 있던 자신의 차를 옮겨줄 것을 요구하는 소방대원에게 태도가 "불순하다"며 폭행한 두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법의 형사3단독 한재봉 판사는 두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그동안 공무집행방해사범에게 온정주의적, 관용적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공권력의 권위가 하룻강아지조차도 무서워하지 않는 범의 신세가 됐다"고 했다.

2006년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는 공권력 실추에 극도로 무감각해진 세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당시 경찰이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과정에서 전경 한 명이 실명했고, 군에는 "두들겨 맞더라도 맞대응 말라"는 사전 지시까지 내려갔다.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5년 12조319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했다.

공직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2006년 "한국에서 범죄 혐의로 기소된 고위 공직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비율이 7.72%로, 0.79%인 일반인에 비해 10배나 높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