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B초등학교 46개 학급 중 12개 학급은 지난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한 번도 치르지 않았다. 해당 학급 담임들은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면 안 된다"고 거부한 전교조 교사들이었다. 각 학년 34개 학급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이 12개 학급은 그냥 평소대로 수업을 했다. 학생들의 성적은 시험 볼 필요 없이 수업시간의 활동을 통해 담임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수행평가'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모 교장은 "어차피 등수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니 학생들 성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설득했으나 교사들은 듣지 않았다. 그들은 교장이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건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고, 교내방송을 해도 교장실로 내려오지 않았다. 시험을 거부한 담임교사 중 한 명은, 한 학부모가 "평생 시험도 치지 않고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아이들이 훌륭하게 살아가게 할 자신이 있느냐"고 따지자 "계량적 평가, 일류병에 물들어 있다"며 오히려 학부모를 훈계했다.
올해 K대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한 이모(19·부산시 주례동)씨는 지난달 일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당초 총학생회가 예고한 일정은 2월 17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18일 과별 신입생과 선배들의 모임인 '새터'로 잡혀 있었다. 총학생회가 인터넷 등으로 신입생들 의견을 수렴한 택일이었다. 그런데 행사 1주일을 앞둔 2월10일, 대학 웹사이트에는 오리엔테이션 날짜를 16일로 앞당긴다는 안내문이 떴다.
지방 학생들은 부랴부랴 서울에서 하루 더 머물 장소를 찾아야 했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16일에 상경하지 못했고, 오리엔테이션은 '반쪽 행사'가 돼 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운동권에 속해 있는 과대표들이 주축인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학생회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비운동권인 총학생회장 J씨가 주도하는 행사에 신입생들이 많이 참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작년 현대자동차가 울산의 5공장 인근 주차장 1만㎡(3000여평) 부지에 세계적인 전략 차종 생산공장을 착공하자, 일부 노조 대의원들이 "주차장 부지에 공장을 지을 경우 거리가 먼 사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조합원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반발했다. 회사가 주차장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자 노조는 보복으로 주·야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주차장이 멀어진다'는 구실로 시작된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증축 공사는 그만큼 지연됐다.
'떼 쓰는 소수'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의 강자(强者)다. 학교뿐만 아니라 산업현장, 문화계, 시민 사회의 일부 소수파들은 '떼법'과 '정서법'으로 경쟁력을 허물고 있다. 청소년들의 의식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지난해 여름 전국 28개 고교생 14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5명 중 1명은 "상대방의 규칙이 나의 일에 방해된다면 무시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국가위험 분석기관인 '폴리티컬 리스크 서비스 그룹(Political Risk Services Group)'의 2005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법·질서 준수 정도는 OECD 30개국 중 27위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05년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경인운하 등 대형 국책사업의 지연으로 초래된 경제 손실이 4조1793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차문중 KDI경제개발협력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질서 준수 수준을 유지했다면 1990년대에 매년 1%포인트 내외의 추가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