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FA(자유계약선수)지, 그냥 옷 벗으라는 거죠. 어차피 각오했습니다. 다른 팀에 못 간다고 하더라도 영원한 '현대맨'으로 남고 싶습니다." 정민태(38)는 모든 걸 각오했기 때문인 듯 담담한 목소리였다.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는 4일 연봉 협상이 결렬됐다면서 그를 FA로 풀어줬다. 히어로즈 박노준 단장은 그에게 작년(3억1080만원)보다 70% 이상 삭감된 8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했고, 그는 반발했다.
"돈 때문이 아닙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구단이 노장 선수들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걸 느꼈습니다. 현대를 위해 그만큼 헌신했는데 필요 없다고 하니까 서운하죠. 이젠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히어로즈와) 같이할 마음이 없습니다."
92년 태평양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정민태는 통산 124승95패3세이브, 평균자책 3.45의 기록을 남겼다. 1998년과 2003년 한국시리즈 MVP에 뽑혔고, 다승왕과 골든글러브 세 차례 수상 등 현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부상으로 지난 3년간 승리가 없었던 그는 착실한 재활을 거쳤고, 이광환 히어로즈 감독이 오는 8일 시범경기 첫 선발로 내정하는 등 재기가 기대됐었다.
정민태는 자신이 새로운 팀을 찾을 가능성이 20%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구단이 이미 팀 구성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연봉이나 보직에 관계 없이 팬들에게 명예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고향인 인천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팬들이 제가 돈 욕심이나 부린다며 인터넷에서 '돈민태'라고 비난하는 걸 봤는데 그건 절대 오해입니다. 전 오히려 제 연봉을 다른 선수들에게 나눠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는 "올 시즌 소속팀을 찾지 못한다면 선수생활은 끝"이라며 "현대에서 은퇴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히어로즈는 정민태 외에도 김동수(작년 연봉 3억원), 송지만(6억원), 김수경(4억원), 이숭용(3억5000만원), 전준호(2억5000만원) 등 고액 연봉자들과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어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모두 60~80%까지의 삭감을 제시 받은 상태. 정민태는 "FA는 나 하나였으면 좋겠다. 다른 선수들은 합리적인 연봉을 받고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