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한세상 아파트에 60대 할매 4총사가 살았다. 목청이 쩌렁한 데다, 단지 돌아가는 일에 시시콜콜 딴지를 걸고 훈수를 둬서 주민들은 그녀들을 '심통화통 할매들'이라 불렀다.

부녀회장, 관리사무소장은 할매들 그림자만 비쳐도 꽁무니를 뺐다. 아파트 직거래시장 물목이 함량 미달이라고, 음식쓰레기 수거하는 뽄새가 칠칠맞다고, 돈만 날름 받아먹지 경비는 허투루 선다 하여 허구한날 '다리 몽댕이 부러져야 정신 차리겠냐'는 호통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머니들은 즐거웠다. 모였다 하면 웃음꽃이 피어서, 자기들끼리 붙인 별명이 '하하호호~4선녀'. 고향, 성격, 생김새 어디 하나 닮은 데라곤 없어도 등산도 함께, 김장도 같이, 병원도 서로 따라가주면서 '하하호호' 웃었다.

그런데 말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녀들이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할매들 손길이 아니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금쪽 같은 손주들 탓이었다.

"이뻐서 물고 빨고 해도 종일 뒤치다꺼리하면 어깨고 무릎이고 안 아픈 데 있어야지. 늙은이 일일이 푸념하는 거 흉물스럽고, 아들 내외 밖에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나 싶어 말도 못하니 이게 뭔 팔잔가 싶어."

"뭔 천사할망 났다고 청승을 떨어 떨길. 버릇 한번 잘못 들이면 명줄 끊어질 때까지 형광등 갈고, 벼름박(벽)에 못 박는 일이 죄다 우리 몫인 거 몰러?"

"하루는 딸년이 지 아부지랑 구워 먹으라고 쇠고기 조금 싸주는데 사위란 눔이 '뭘 그렇게 많이 싸가세요'하네. 지하철 타고 집으로 오면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손자고 뭣이고 안 봐준다 결심했다가도 우리 딸 발 동동 구를 생각에 또 지하철을 타는 거야."

"목을 칵 졸라버리지 그냥 놔뒀슈? 그러게 돈이 웬수여. 자식들헌티 돈 안 쏟아붓고 우리 노후나 착실히 대비했어봐. 부잣집 마나님들처럼 파출부 하나 들여주면 끝 아닌가배. 다 우리 죄여. 자식들만 바라보고 산 우리 죄."

"그래도 동상은 낭군이라도 있으니 의지는 되잖여."

"말 마슈. 퇴근시간 쪼매라도 늦어보라지. 늙은 서방 홀대한다고 팽 하니 삐져서는 온몸이 아파 밤새 앓아도 들여다보질 않어요."

그리하여 할머니들은 이렇듯 현명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주말엔 그저 안면 싹 깔고 우리끼리 꽁꽁 잠수 타는 겨. 자슥들 집이 무너지든 말든, 손주놈 열이 펄펄 끓든 말든 그냥 튀는 겨."

"못 배우고 돈 없어 입때껏 지네들 뒷바라지하며 살고는 있으나, 우리에게도 양파 속살처럼 희고 탱탱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이 말씀."

"그래도 정이 있지. 어쩌다 자식들 부탁에 토요당직을 설 수 있는 거 아닌감. 그럴 땐 꼭 수당을 챙겨야 한다 이 말이오. 시간당 녹색 이파리 한 장! 어길 시 강퇴여. 얼렁 새끼손가락들 걸어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