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남도의 꽃바람을 타고도 오지만,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청첩장에서 오기도 한다. 결혼시즌을 앞두고 예비 신부들은 혼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요즘. 그런데 결혼 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입했던 '완소(완전소중)' 혼수가 살림을 하다 보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먼저 결혼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한복, 즐겨입지 않을 거면 빌려입어라

한복은 응당 한 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명절에 한복을 즐겨 입는 여성이라면 모를까, 앨범 사진 찍을 때 빼고 한번도 안 입는 경우가 많다. 실속파라면 대여하는 게 낫다. 특히 전통적인 '녹의홍상(綠衣紅裳)'은 남의 결혼식에 입고 갈 수도 없다. 두고두고 입을 요량이라면 치마나 저고리 한 가지를 다른 색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 연두 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조합하는 식으로. 또, 금은박에 자수까지 놓아 너무 화려한 것은 1년만 지나도촌스러워 보이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색상은 피부가 희다면 노랑, 분홍, 연두 등 밝지만 은은한 파스텔톤이 질리지 않는다. 피부가 검은 편이라면 치마나 저고리 한 쪽에 강한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자. 예복 역시 잘 안 입기는 한복과 매한가지. 꼭 장만하고 싶다면 '꽃모양 코르사쥬가 달린 분홍색 투피스' 대신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미니멀한 라인의 수트나 원피스를 고르는 게 낫다. 봄·가을에 결혼하는 신부는 평소 점찍어둔 브랜드의 트렌치 코트를 예복 대신 선택하는 게 실용적이다.

분가형 맞벌이에게 식기세척기는 애물단지

매일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커피메이커 필요 없다. 우아하게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리라 생각하고 장만했건만, 정작 손이 가는 것은 커피믹스뿐. 만일 부부 모두 커피 마니아라면 커피메이커와 토스터를 구입할 비용에 조금 더 보태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만하는 게 트렌드다. 식기세척기는 시댁 동거형 전업주부라면 꼭 필요한 반면, 분가형 맞벌이 주부에게는 용량이 커서 집들이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예뻐서 드럼세탁기? 통세탁기가 실속 있다

드럼세탁기에 대한 평가도 결혼 전후가 엇갈린다. 신부들은 디자인과 성능을 고려해 드럼세탁기를 구매하지만, 실제로 세탁기는 다용도실에 놓고 쓰기 때문에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게 선배들 귀띔. 통 세탁기는 용량이 커서 이불빨래하기도 편리하고 시간과 물도 절약되는 데다 가격이 저렴하다. 오븐 요리에 대한 동경으로 구입한 가스오븐레인지도 예열 한 번 해본 적 없이 냄비 보관함으로 쓴다는 주부들 허다하다. 간식을 먹는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유용하지만 신혼 초에는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자레인지 겸용 작은 오븐을 마련해 사용하다가 아이가 생겨 유치원에 갈 때쯤 가스오븐레인지로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듀오웨드(www.duowed.com)가 재미있는 설문을 실시했다. 미혼 회원(202명)들에겐'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혼수품목'을, 기혼인 커플 매니저(63명)들에겐 '후회하는 혼수품목'을 물었다. <복수응답>


명품 그릇·밀폐용기 세트…그리 유용하지 않다

명품 그릇세트는 집에서 파티를 자주 열게 아니라면 불필요하다는 게 선배들 조언. 밀폐용기 세트 역시 살림을 거의 안 하는 맞벌이 주부라면 싱크대에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다. 두부나 콩나물을 사고 사은품으로 한두 개씩 받는 반찬통이 오히려 유용하다. 선호하는 브랜드의 냄비를 하나씩 사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 결혼 선물로 흔히 주고받는 물잔 세트는 무게에 주목해야 한다. 무겁고 큰 크리스털 물잔은 '그림의 떡'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엔 예비신부를 겨냥해 8종·12종으로 구성된 칼 세트를 세일 판매하는데, 헹켈의 이희정 차장은 "식도, 중도, 과도와 칼갈이, 가위와 나무 블록으로 구성된 6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추천했다.

밥솥은 큰 용량으로, 청소기는 깐깐한 성능으로

들통이나 찜기는 두 번 더 생각해보고 고른다. 찜기는 스테인리스 찜기보다 전기 찜기가 부피도 작고 사용도 편리하다는 평. 밥맛 좋다는 고가의 압력솥보다 전기 압력밥솥이 더 만만하다는 젊은 주부들도 많다. 전기 밥솥은 분가형이라 해도 4~6인용 작은 밥솥보다 10인용이 낫다고. 청소기는 디자인뿐 아니라 건강에 해로운 미세 먼지를 어느 정도까지 막아주는지 사양을 꼼꼼히 살핀다. 조리도구는 재질과 내열온도까지 체크할 것. 웨딩컨설턴트업체인 '듀오웨드' 고미란 실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로봇청소기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기호식품에 관심이 많은 커플은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와인 셀러 등 취향과 관련된 고가 제품을 혼수로 장만한다"며 혼수의 변화상을 들려준다. 전자레인지와 오븐, 그릴이 합쳐졌지만 크기는 작은 광파 오븐도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