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공무원과 청소원들은 21일 하루 종일 사무실을 뒤덮고 있는 그을음을 닦아내느라 분주했다. 불이 난 5층과 가까울수록 매캐한 연기 냄새가 강해 두통을 호소하는 공무원도 많았다.

불이 난 5층으로 연결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앞 등에는 하루 종일 전경과 방호원(防護員)들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화재 감식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불은 국무조정실 사무실에서 발생했지만 피해는 주로 통일부가 입었다. 통일부는 불이 난 5층의 3분의 1 정도와 4층 전부를 쓰고 있다. 특히 화재 지점인 503·504호실 바로 아래가 통일부 장·차관실이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피해 이재정 장관과 이관세 차관 등은 이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로 '피난'을 가야 했다.

4층 통일부 사무실들은 5층에서 뿌린 물 때문에 하루 종일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형광등에서 물이 흐르자 한 직원은 "누전되거나 감전되는 거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누전 위험 때문에 4~5층 전기가 차단되자 통일부 직원들은 일손을 놓거나 남북회담본부로 이동해 급한 업무를 처리했다.

그을음 피해는 6층이 가장 컸다. 6층 동북아시대위원회 남북협력팀 사무실에서는 못쓰게 된 각종 집기와 서류, 책들을 마대자루 대여섯 개에 담아 복도로 내놓고 사무실 대청소를 벌였다. 밝은 회색 카펫은 진회색으로 바뀌었고, 진공 청소를 하느라 한쪽에 몰아놓은 책상들 위에는 그을음이 새까맣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을음 피해는 위층으로 갈수록 조금씩 약해졌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층은 없었다. 행자부는 청사에 입주해 있는 총리실·행자부·교육부·통일부 직원들에게 '(청소 등을 위해) 7시까지 출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일부 공무원들은 풍수지리까지 언급하며 화재 원인을 찾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탄 한 공무원은 "관악산 화기(火氣)를 막아준다는 숭례문의 세로 현판이 화재로 떨어져 나갔고, 화재를 막는다는 광화문의 해태상도 광화문 복원사업 때문에 치워져 불이 자주 나는 것 같다"며 "숭례문을 통과한 관악산 화기가 정부중앙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밀려갈까 겁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