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동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죠. 생전의 멋진 모습으로 생생하게 되살리는 작업에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12일 대전시 서구 만년동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운영하는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 들어서자, 금방이라도 포효하며 뛰쳐나올 듯한 호랑이와 날개를 편 독수리 등 생동감이 넘치는 동물박제들이 즐비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박제를 만든 주인공은 문화재수리기능자 오동세(50)씨.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일하는 오씨는 25년 경력의 '동물박제의 달인(達人)'이다. 천연기념물의 사체를 박제로 만드는 게 오씨의 주요 임무다. 과학적인 지식에다 섬세한 예술적 감각까지 함께 요구되는 고난도 작업이다.
오씨는 요즘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꿩을 낚아채는 모습의 박제를 만드느라 며칠 밤을 꼬박 지새고 있다.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변형을 막기 위해 세탁, 절개, 내장 제거, 틀 잡기 등을 속전속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만들면 고칠 수 없으니 철저한 계획과 숙달된 솜씨가 필요하죠."
오씨는 "천연기념물센터의 박제들은 동물별 특징을 살리느라 많은 공을 들인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센터 내에 전시된 동물박제의 70% 이상이 그의 작품이다. 이들 외에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을 비롯,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경북 산림박물관 등 전국 각지에 오씨 손을 거친 박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충북 청원이 고향인 오씨가 박제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82년 겨울 우연히 한남대 박물관을 찾았다가 동물박제를 보고 마음이 끌리면서부터이다. 이후 틈만 나면 박물관 직원들을 졸라 박제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5년여간 발품을 팔며 기술을 쌓아간 오씨는 아예 생업인 창호사업을 접고 박제에 전념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0년 박제분야로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땄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박제를 보고 즐거워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릴 적 유달리 새를 좋아했다는 오씨는 여러 종류의 박제를 만들지만 작은 새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강정훈 학예사는 "작을수록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데 오씨 작품은 이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오씨는 천연기념물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갈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어 행복하죠." 오씨는 "어렵게 배운 기술을 후배들에게 적극 전수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