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자 A34면 아침논단 '패션(fashion)의 피(p)나 아는가'를 읽었다. 한글 자음에서 영어 f, v, sh의 발음이 잘 안 되어 '반벙어리' 말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한글은 누가 보아도 이제 세계언어다. 한글은 국제특허협력 조약의 국제 공개어이면서, 전 세계 외국어 사용빈도 9위를 점하고 있다. 정보산업에서 한글의 경쟁력은 중국 한자나 일본 가나보다 컴퓨터 입력속도가 7배나 빠르다. 글자 모양은 자질문자(Feature System)로 과학적, 미학적, 그리고 철학적 원리에 따라 매우 합리적으로 지어졌다.

발음으로 치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보다 흔들림 없는 발음을 내줄 수 있는 표음문자이다. 그래서 일찍이 세종대왕은 주변 외국의 외교문서와 각 나라 글자의 발음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ㅸ' 제자원리를 제정해 두었다. ㅸ은 영어 v와 w 사이 음, 예를 들면 '더워와 더 '의 중간 음으로 쓰고, ' (rh), (aw)' 같은 자음도 만들어 두었다. 그래서 남미 축구선수 호나우도(Ronaldo)의 첫 음절 'Ro'를 '훈민정음 '로 쓸 수 있다. 중국 모택동의 모(毛, mao)를 한글 'ㅱ'(소운자)로 쓸 수 있다.

그뿐이랴. '패션'(Fashion)에서 sh는 훈민정음 언해문에서 'ㅅ' 소리보다 두텁게 '쉬' 소리를 내는 정치음(正齒音) ' '( 바른쪽 획이 좀 긴 획)을 쓰면 된다. 문제는 국립국어원의 한글 외래어 표기원칙인데, 이는 어느 전문기구나 학자들의 일보다는 좀 더 세계를 내다보며, 국제경쟁력을 의식한 현명하고 과단성 있는 정치 지도자와, 그와 호흡을 함께하는 국민적 의지에 달린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귀신소리'까지 내는 소리와 글자 한글을 어느 때보다 잘 꺼내서 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