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 출근길을 즐긴다. 회사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그럴 리는 만무하고 거리가 가깝거나 산책길이듯 좋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흔히 그렇듯, 시루 속 콩나물 모양으로 사람들 사이에 꼭 끼여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가야 한다. 손잡이를 붙든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 회사 앞에 도착하면 하루가 다 지난 것처럼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내 아침이 특별한 것은 어머니와 함께 출근하기 때문이다.

그저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처음 같이 출근하던 날. 알 수 없는 낯섦에 우리는 집에서처럼 말이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한 발 내놓기도 어려운 지하철 안에서 어느새 나는 어머니와 바짝 붙어 있는 것이다. 서울역까지 가셔야 하는 어머니를 두고 삼각지에서 내렸을 때는 플랫폼에 서서 한동안 손까지 흔들었다. 맙소사. 이건 뭐 연인이 된 남녀 사이도 아니고.

아침마다 비좁게 붙어 서게 된 우리 모자는 이제 수다 떨기에 바쁘다. 아침 신문에서 본 오늘의 운세에 대해서, 어제 읽은 소설에 대해서, 막내 동생의 귀여운 몰상식과 둘째의 듬직한 애인에 대해서 삼각지에 닿을 때까지.

문득, 더 가깝고 친했던 모든 것들과 지금 그 사이 벌어진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머니가 아직 '엄마'였던 그때, 나는 더 많은 것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멀어진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들과 무엇에 대해 그리 종알댔는지 너무 얇고 먼 기억이 되어 뚜렷하지 않지만 분명 지금처럼 설레고 즐거웠을 것이다.

내일은 어머니에게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여쭤보고 싶다. 어떤 대답을 듣든 삼각지 역 플랫폼에 서서 손을 흔들 것이다. 아이처럼. 지금 이 가까운 거리를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