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실시된 세르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親)유럽 개혁주의자 보리스 타디치(Tadic) 현 대통령이 극단적 민족주의자 토미슬라브 니콜리치(Nikolic)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타디치는 지난달 20일 1차 투표에선 득표율 34.4%로 니콜리치(40%)에게 뒤졌으나, 결선투표에선 51.6%의 득표율로 47.7%에 그친 니콜리치를 눌렀다.

타디치 재선으로 앞으로 세르비아의 EU 가입과 각종 개혁 추진은 탄력을 받게 됐다. 그가 재임했던 지난 3년 6개월 동안 세르비아의 변화물결은 이미 대세를 형성했다.

◆대세 이룬 변화물결 더욱 가속화 전망

세르비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쇼핑몰 델타시티(Delta-City)의 직원 니키타(Nikita·23)는 새벽 1시에 퇴근한다. 작년 11월 개장 시엔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였지만,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1월부터 자정까지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니키타는 "세르비아 기업도 개방·협력을 통해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인정해준 셈"이라고 했다.

3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직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타디치는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니콜리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 130여개 매장(연면적 8만7000여㎡)이 들어선 델타시티는 델타홀딩그룹의 계열사. 타디치 대통령이 집권해 개방을 선언한 2004년부터 독일계 메트로와 스웨덴계 이케아 등 글로벌 업체들이 세르비아 상권 진입을 시도하자, 2006년 10월 유고연방의 일원이었던 크로아티아의 아그로코르(Agrokor)와 합병하고 구멍가게 수준의 소매체인을 현대화해 경쟁력을 키웠다. 델타홀딩의 매출이익은 합병 전인 2005년 말 8억6000만 유로에서 2007년 말에는 18억 유로로 성장했다.

이동통신 시장은 세르비아 경제 활력의 또 다른 단면이다. 공무원 얀코 비디치(Vidic·37)는 요즘 업계 2위인 텔레노르사(社)가 제공하는 근접통신(NFC) 서비스 활용 재미에 푹 빠졌다. 휴대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친구로부터 받은 컴퓨터그래픽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로 이동시켜 다시 편집한다. 2005년까지 자국의 MTS가 독점했던 휴대폰 시장이 개방돼 노르웨이계 텔레노르가 진입,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2006년 말 664만명이던 세르비아 이통통신 가입자 수는 현재 전체 인구와 맞먹는 800만명으로 늘어났다.

◆"개방과 경쟁은 세르비아의 국시(國是)"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정부의 의지도 대단하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Milosevic) 전 대통령의 무슬림에 대한 학살로 1991년과 1992~1995년 미국과 유엔의 두 차례 경제제재를 받아 경제가 와해됐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외국기업 법인세 인하와 외국법인의 부동산 소유 합법화 등의 조치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개방과 경쟁은 세르비아의 국시(國是)"라는 표현이 유행어가 됐다.

세르비아 진출 외국기업인들도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기업친화적)'한 정부에 호의적이다. 텔레노르의 산드라 스타이너 이사는 "세르비아 경제관련 13개 부처 장관들 중 10명이 미국·영국 등 해외 유학파이거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출신이라는 데 놀랐다"고 했다. 2004~200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 세르비아가 '발칸의 호랑이(Balkan's Tiger)'로 변신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