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소집된 민주노동당의 임시 전당대회 결과는,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의 완승으로 끝났다. 바꿔 말하면 대선 패배 후 당 운영을 맡은 심상정 대표와 비상대책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민노당의 친북(親北) 노선 청산'이 실패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심 대표가 대선 참패는 자주파가 당을 이끌며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從北)주의' 노선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털어내지 않고서는 민노당의 장래가 없다는 인식 아래 소집했다. 민노당 내의 친북 문제는 전당대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쉽게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 대표는 '당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간첩으로 법원에서 확정된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의 제명 ▲북핵 실험은 자위(自衛)용이라는 당내 발언의 강령 위반 여부 등을 안건으로 집어넣었다.

3일 오후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평등파 당원(위쪽)들과 자주파 당원들이 각각 상반되는 주장을 담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있다. 평등파는 친북 노선의 청산을 요구했고, 자주파 피켓에는“더 친북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그러나 결과는 혁신안에 반대하는 자주파의 뜻대로 됐다. 친북 노선의 청산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들에 대해 자주파는 관련 구절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잇달아 제출해 가결시켰다. 사실상 혁신안이 부결된 것이다.

이로써 민노당은 분당(分黨)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심 대표는 이미 "(친북 노선 청산 등을 담은) 당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 안팎에선 심 대표와 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 핵심 의원들이 동반 탈당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 등도 '종북주의와의 결별'을 요구하며 탈당한 상태다.

분당 사태를 맞게 되면, 민노당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자주파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표결을 통해 '친북 노선'을 지켜냈지만, 이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든 내용이다. 게다가 그간 당의 간판 역할을 해 온 심 대표 등이 탈당할 경우, 민노당은 "종북주의자들의 집합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이 상태로는 4년 전 17대 총선 때 새로운 진보 정당의 출현을 반기며 민노당에 표를 줬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은 1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 비례대표 8명을 포함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었다.

일심회 사건이란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간첩 사건이다.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장민호가 주동자로 최기영 민노당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 등도 이 사건으로 북한에 정보를 제공한 간첩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일심회(一心會)'란 명칭은 장민호가 최기영·이정훈씨 등과의 관계를 명명한 은어(隱語)로,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총 5명이 연루돼 '386 간첩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