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ickname is Big Mouth."(내 별명은 '구라' 입니다.)

한번 입을 열었다 하면 이야기를 좔좔 늘어놓기 때문에 '황구라'로 통하는 소설가 황석영씨는 외국 작가들 앞에서도 영어로 '구라'를 잘 풉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진보와 보수가 다 필요하고, 내 입장은 중도"라는 말을 영어로 설파하는 것을 옆에서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 오에 겐자부로가 황씨의 든든한 후원자인 것도 다 영어로 직접 대화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물론 황씨의 영어 실력이 원어민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뉴욕과 베를린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갈고 다듬은 '서바이벌 잉글리시'이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풍부합니다. 황씨는 지난 2004년 런던에 머물면서 "작가는 국제어로 자기 작품 세계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어 공부에 매진한 노력파이기도 합니다.

문단에서 종종 회자되는 '콩글리시'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전교조 출범 초기에 해직교사였던 한 시인이 외국 문인들을 만나서 '나는 해직교사'라는 말을 영어로 이렇게 했답니다. "I am a cutting teacher."

'잘렸다'(cut)와 '교사'(teacher)를 묶어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자르는 교사'처럼 들리기 쉬운, 포복절도할 콩글리시가 나왔습니다. 술자리에서 어쩌다 이 얘기가 나오면 문인들이 배꼽을 잡고 뒤집어집니다. 그들도 압니다. 웃고 있지만, 자기들 영어도 오십보백보의 수준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더 해학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웃습니다. 이건 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콤플렉스에 주눅이 든 모든 한국인의 초상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문단에도 '영어 도사'는 많습니다. 시인 황동규 정현종 문정희씨라든지 소설가 안정효 이윤기 복거일 정영문 김연수씨 등등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의 공통비결은 원서를 독파하고 번역하면서 문학과 영어를 함께 공부했다는 겁니다.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잔소리를 조롱하기 위해 개그맨 전유성씨가 "공부해서 남 주자"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남 주기 위해 국제어(영어)공부한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한국인이 최소한도의 실용영어를 익혀서 외국인에게 자신과 우리를 잘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영어 공부해서 남 주는 것'이 아닐까요.

언어의 경계가 없는 음악·미술과 달리 문학에서 영어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영어공교육강화에 비판적인 문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한국문학은 모국어와 국제어 실력을 겸비한 문인과 독자들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공교육강화를 한국문학의 세계화 차원에서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