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싸우며 문학청년의 열정으로 시를 탐구한 그의 모습은 거룩하기조차 했습니다."

오랜 투병 끝에 지난해 만성 폐질환으로 타계한 오규원 시인(1941~2007)의 1주기 추모제가 2일 오후 4시 그가 생전에 교편을 잡았던 서울 예장동 서울예술대학 내 드라마센터에서 열렸다. 문학평론가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추모사에서 "병마와 싸우며 시를 썼던 오 시인은 몸과 마음을 모두 시에 바친 순교자"라고 했고, 동료 교수로 재직했던 소설가 최인훈씨는 "그의 시론인 '날 이미지'에 대해 더 자세히 묻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로 시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고인의 부인인 방송작가 겸 시인 김옥영씨가 "남편은 침대에 누운 몸으로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모험을 매일 감행했다"고 눈시울을 붉히자 곳곳에서 깊은 탄사가 흘러나왔다.

오 시인은 극도의 절제된 언어로 시의 새로운 미학 창조에 도전한 전위적 시인이자, 시인으로는 드물게도 자신의 시 세계를 직접 설명하는 시론을 주창한 시 이론가였다. 이날 행사도 시인 황인숙 장석남 박형준 이병률 황병승 최하연 곽은영 이은림, 소설가 신경숙 강영숙 천운영 윤성희 같은 100명이 넘는 제자들이 만든 자리였다.

이날 추모제 현장에서 배포된 고인의 유고시집 '두두'(문학과지성사)는 고인이 생전에 설명했던 '날 이미지' 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사물을 인간이 보는 관점으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존재의 현상 그 자체를 언어화한다"는 것이다.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사물 하나하나가 전부 도이고 진리다)이라는 선가(禪家)의 용어에서 제목을 따온 이 시집은 총 50편(두두 33편, 물물 17편)을 수록했다.

시들은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수록 시 '나무와 허공' 전문)처럼 선시의 형식미를 닮아 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그러나 "선시가 깨달음의 경지를 지향한 반면, 오 시인은 최소의 이미지를 통해 동사적 사건성 자체를 드러낸다"는 말로 고인의 시 세계를 설명했다. 유고시 낭송, 추모 동영상 방영 등의 순서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서 제자들은 '오규원 문학회'도 발족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