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정권 인수와 축하 파티를 하느라 거의 쉬지 않았다. 승리감에 도취돼 무리를 한 나머지 백악관에 들어갈 무렵엔 체력이 소진돼 있었다. 취임 직후 몇주 동안 클린턴은 기운이 없고 멍한 상태였다.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지쳐 있었다. 얼마 후 가족과 휴가를 가서 푹 쉬고 온 클린턴은 왕성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웠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골프광이었다. 8년 재임 중 골프를 800번 넘게 칠 정도여서 늘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는 "좋아하는 골프라도 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잔뜩 긴장한 채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적(政敵) 트루먼조차 "대통령도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두둔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보다 더 대통령을 괴롭히는 고질병이 외로움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막상 들어와보니 쓸쓸하다. 안사람과 두 번쯤 밖으로 드라이브 나갔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취임 첫해 연말에 "상도동 살 땐 주민 40~50명과 조깅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눠 외롭지 않았지만 이제 그런 이웃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밤이 쓸쓸하다 못해 고독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그제 "취임하면 일주일 내내 청와대에 있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요일 오후 바깥으로 나와 일요일 밤 늦게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대변인은 "청와대에 갇혀 지내기보다는 주말에 안가(安家) 등으로 나와 테니스도 하고 외부 사람도 자유롭게 만나면서 시중 여론을 듣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참모들과 손님들로 북적이다 밤이면 썰물 빠지듯 적막해지며 대통령 내외만 덩그러니 남는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곳이다. 이런 데서 24시간 보고서만 읽다 보면 현실 감각이 없는 만물박사가 되기 쉽다. 대통령이 주말에 밖에서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면 허물 없는 대화로 민심을 들을 수 있다. 업무 스트레스를 제때 풀어 더 큰 생각을 할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청와대에 틀어박혀 미친 듯 일만 한다고 유능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에 여유와 균형을 지녀야 국정 운영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