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30일 김정일 조선공산당 총서기 겸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양국 간에 잘 사용하지 않던 표현을 구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3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평양발로 전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을 절대로 배신하거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김정일은 "조·중 우의는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두 당과 두 나라의 선배 지도자들이 남겨준 보귀한 재산"이라고 전제한 뒤 "어찌 우리가 중국을 배신하거나 저버리겠느냐"고 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핵 불능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6자회담이 표류하고 있는 점과 관련, 왕 부장이 "이루어져야 할 진전이 늦춰지고 있다"고 중국측의 불만을 다소 노골적으로 전하자 김정일은 "현재 출현한 곤란은 일시적인 것이며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 뒤 "회담은 장애를 극복하고 앞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이 왕 부장을 통해 전달한 올해 8월 8일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초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베이징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빈다"고만 말했다. 이는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왕 부장은 31일 개성공단과 판문점을 방문했다. 통일부는 "왕 부장이 오후 1시30분 개성공단에 도착해 ㈜개성부천공업, ㈜좋은사람들 개성공장 등 두 곳을 시찰했다"고 밝혔다. 이후 왕 부장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홍보관에서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개성공단 발전 전망이 매우 밝다"며 "경제 촉진에 도움이 되고 남북의 평화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날 저녁 왕 부장 일행이 판문점을 참관, 김일성 주석의 '친필비'와 정전협정 조인장 등을 둘러보고 감상록에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