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10명 남짓한 교육계 인사들이 모였다. 30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주최하는 '영어 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에 참석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었다.
"공청회 하루 전 웬 사전모임인가" 싶어 참석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더니 대부분 "할말이 없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어렵사리 통화에 성공한 A씨의 설명을 듣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주말쯤 인수위로부터 '영어교육 관련 간담회를 30일 여니 참석해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연락이 와서 '공청회 토론자들이 미리 만나는 자리니까 와달라'고 하더라. 편안한 간담회인줄 알았는데 공청회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A4용지 7~8장 분량의 토론 발제문을 주며 발제자가 사전브리핑을 했고, 30분 동안 내용을 숙지하느라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애초 간담회 자리를 예상해서인지, 토론자들 또한 이번 영어교육정책에 대해 지지하는 인사 일색이다. 가령 홍후조(고려대) 교수는 작년 대선 때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 자문교수를 맡았고, 박준언(숭실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영어몰입교육'의 모델로 말레이시아를 본떠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인수위는 또 언론에 발제문이 새나갈까봐 토론자들에게 보여준 후 이를 수거했다가, 밤 10시 40분이 넘어 뒤늦게 발제문을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교육단체들이 "공청회도 사전에 각본 짜나"며 반발하고, 일부 언론이 발제문을 확보하자 마지못해 공개한 것이다. 이번 공청회의 목적이 '각계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이다.
여론수렴 없이 '영어몰입교육(영어 이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것)' 방침을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인수위가 또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