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시누이는 명절 오후면 빈 손으로 쪼르르 달려와 별 시답잖은 유머를 선물이랍시고 늘어놨다.
"언니, 마누라와 정치인의 공통점 알아요? 일, 돈을 무쟈게 좋아한다. 이,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하루 죙일 돌아다닌다. 삼, 말로는 당할 수가 없다. 사, 내가 뽑았지만 싫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 바꾸려면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재밌죠?"
거기까지면 좋다. 해마다 잊지 않고 반복하는 레퍼토리가 있으니 그 놈의 3대 불가사의! "중딩 아들내미 그렇게 내박쳐도 탈선 안 하는 거, 사골 국에 보약을 물 먹듯 들이켜도 눈곱만큼도 살 안 붙는 울 오라버니, 드럼통에 섹시미라곤 없는 언니를 오빠가 신주단지 모시듯 아낀다는 거. 하하!"
그 동안은 덕담인지 악담인지 분간이 안돼 대강 흘려 들었지만, 지난 추석엔 달랐다. 살이 쪄도 너무 쪘던 것이다. 숨 쉬기가 답답하고, 다리가 안 꼬이고…. 77사이즈 통바지 입어보다 엉덩이 솔기가 터지면서 백화점 출입 삼간 지 수삼 년이었다.
복진 씨, 그래서 결심했다. 내 나이 마흔 하고도 셋! 나도 한번 처절히 살을 빼보리라! 다이어트로 재벌 됐다는 모 한의원을 찾아 나선 게 추석연휴 다음날. 콧수염 느끼한 50대 한의사는 다짜고짜 체중계부터 들이댔다. "흡~" 0.1g이라도 줄여볼 요량에 있는 힘껏 배를 들이밀자 의사가 꾸짖었다. "숨 쉬세요!" 식이요법이라며 식판에 담겨 나온 음식도 참담했다. 잡곡밥 한 줌에 희멀건 동치미, 멸치볶음이 전부. "밥 한 숟갈에 젓가락질 한 번입니다. 약 빠짐없이 드시고요."
기적은 주님께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바지춤이 헐렁해지더니, 두 달째엔 7㎏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엄한 약발 때문인지 끼니마다 입안이 쓰고, 그토록 허발하던 족발을 봐도 속이 메슥거렸다. 문제는 도통 즐거운 일이 없다는 거였다. 주구장창 게임만 하는 아들놈에게 잔소리는커녕, 천장만 바라보다 병든 새처럼 잠들었다.
샌님 남편이 '폭발'한 건 다이어트 석 달로 접어들던 날. "당신 살 빼면 난 왕(王)자 근육 만들어야 해? 나 모성결핍이라 어릴 적부터 살집 푸짐한 르네상스의 여인들 좋아했다고 몇 번을 말해. 처녀 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족발 뜯으며 웃을 때가 젤로 이쁘다구. 진짜, 진짜라구."
이리하여 다이어트 그날로 물 건너갔다. 남편 발언, 매달 솔찮이 드는 한약 값이 아까워 나온 궁여지책인 줄도 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까짓것, 살이라는 애물단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뺄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으므로.
이번 설에도 시누이는 3대 불가사의를 읊으리라. 하지만 복진 씨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참이다. "멸종위기 북극곰들 어디 갔나 했더니 홍제동에? 아가씨 빙산 유머에 서방님 안면근육 마비 안 된 거 보면 참말 불가사리야.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