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주소체계는 기존의 토지 지번 중심의 무질서한 주소체계를 정비, 길을 따라 번지수를 붙인 것이다. 물론 예전의 주소보다는 많이 체계화되고 단순화되었지만 조그만 지선 길에까지 각각 고유의 이름을 붙여 일일이 지도의 색인을 찾아야 하고, 지역별로 길 이름이 중복되기도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이 때문에 시행 10년이 넘도록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의 새 주소체계는 이보다 훨씬 단순하다. 테헤란로 '진달래길' 등 각각의 고유 명칭 대신 테헤란로 '북 3길' 식으로 일련번호와 동서남북을 붙여 위치 예측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20개 간선도로 위치만 알면 목적지가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 행자부 주소체계에선 강남구의 934개의 도로명을 지도 색인에서 일일이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강남구 주소체계에선 20개 간선도로 중 찾아가고자 하는 도로 위치만 알면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화재, 구급차 출동 등 국가 재난 방지·대처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 주소체계로 인한 전국적 비용 절감효과는 연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활동인구를 2400만명으로 잡을 때 이들이 한 달에 두 번 꼴로 낯선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것을 가정해 드는 통신비, 유류소용비를 계산한 수치다. 외국인들이 이 주소체계를 이용하면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어 국제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1997년부터 시행된 행자부 주소체계가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주민 생활에 밀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행자부 주소체계는 2012년부터 전면 실시될 예정이다. 이 일정에 맞춰 강남구 주소체계를 채택한다면, 10년 방황을 끝내고 새 주소체계를 훨씬 더 빨리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