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주도 제주시 남서울호텔. 호텔 2층에 자리잡은 카지노 영업장 내부 벽체를 완전히 뜯어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4월 '더 제주호텔 카지노'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이다.'더 제주호텔 카지노'는 외국계 카지노 자본인 길만그룹(The Gillmann Group)이 기존 남서울호텔 카지노를 인수해 외국계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곳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존 카지노업체와 외국 카지노 간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막강한 영업망을 앞세운 외국계 카지노와의 '손님 뺏기' 전쟁을 앞두고 있는 기존 카지노업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카지노 '위기'
제주지역에는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8곳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카지노업체는 2006년 정부 주도로 문을 연 '세븐럭' 카지노 3곳과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14곳 등 모두 17곳으로 그 절반 가까이가 제주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제주 카지노에는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주요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엔(円)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것.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지만 씀씀이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04년 13만4490여명에 이르던 이용객 수가 지난해에는 10만8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매출 규모도 2004년 1151억원에서 62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서귀포시 H호텔 카지노는 2005년부터 2년 가까이 영업을 중단하다 경영자금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영업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현재 ㈜유니콘은 채권단으로부터 영업권을 넘겨 받아 재개장을 준비 중이다. 또 제주시에 위치한 R호텔 카지노는 관광진흥기금 7000여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제주도 한상기 관광산업 담당은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던 카지노 직원들이 서울과 부산에서 문을 연 한국관광공사의 세븐럭 카지노로 옮겨가면서 고객들도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카지노의 '도전'
세계적인 카지노 개발업체인 '길만그룹'은 국내 코스닥에 등록된 의류업체를 통해 지난해 11월 남서울호텔의 카지노를 인수했다. 오는 4월 카지노 재개장을 앞두고 직원을 늘려 뽑고 매장 규모도 3500여㎡에서 두 배 가까이 넓히고 있다. 1989년 설립된 길만그룹은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내 7개를 포함해 마카오와 코스타리카 등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길만그룹은 세계 최대 카지노시장인 마카오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중국과 홍콩, 일본 등 비행기로 2~3시간권 인구가 10억여명에 달해 새로운 카지노 수요를 흡수할 최적지로 제주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거물급 고객을 관리하는 브로커인 'VIP 오퍼레이터(VIP junket operator)'를 통해 전세기 9대로 중국 등지의 부호 고객을 제주로 실어 나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참여하는 말레이시아 재계 순위 6위 기업인 버자야(Berjaya)그룹도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다. 휴양형 주거단지에 6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제주도는 3억달러를 투자하는 시점에 카지노 영업을 내주기로 했다. 리조트 전문 기업인 버자야그룹 역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를 이용해 고객들을 제주도로 불러들일 계획이다.
제주도 박승봉 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은 "마카오와 달리 제주도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레저까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경우 카지노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활발한 진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국내 카지노업체들의 변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호텔 카지노를 운영 중인 ㈜벨루가는 최근 카지노산업의 '큰손'인 MGM측과 제주지역에 대규모 리조트 개발에 대해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