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도 파주 NFC(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공 뺏기 게임으로 몸을 풀던 대표선수들 사이로 흰 양말을 한껏 추켜올려 신은 '농군 패션'이 눈에 띄었다. 이관우(30·수원)였다.

표정엔 '고참'다운 여유가 흘렀다. 하지만 훈련에 돌입하자 이관우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빠르게 움직였다. 30일 칠레와의 평가전, 내달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는 이관우는 "K리그에선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있지만 이젠 한 경기 한 경기 살 떨릴 것 같다"고 했다.

이관우는 청소년 대표 시절 '축구 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과는 이상하게도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0경기 출장에 1골. 거스 히딩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체력과 압박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출신의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의 부름을 받은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선 세계 랭킹 153위의 몰디브와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몰디브 쇼크'로 큰 좌절을 맛봤다.

4년 만의 대표팀 발탁엔 K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큰 밑거름이 됐다. 대전과 수원에서 8년간 활약한 이관우는 215경기에 출장해 31골과 30도움을 올리며 K리그 최정상급의 미드필더로 군림했다. 프리킥으로만 리그 최다인 11골을 뽑아낸 섬세한 킥은 많은 팬들이 그의 대표팀 발탁을 원하는 이유였다. 이관우는 "남아공월드컵은 지금 내 머릿속에 없다"며 "경쟁에서 늘 밀려났던 만큼 이번엔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관우는 보통 주전을 상징하는 조끼를 입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미니 게임을 소화했다. 10 대 10으로 열린 미니 게임에서 한 팀은 스리백, 다른 한 팀은 포백을 사용하며 다양한 수비 전술을 점검했고 김치우(전남), 조원희(수원) 등을 이용한 측면 공격에 중점을 두었다. 처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조진수(제주)도 '조끼 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