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27일 TV에 출연, "호남에서 제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호남이) 얼마든지 우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총선 공천에서 호남 현역 의원을 많이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도 25일 "계파를 초월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 계파들의 뿌리는 주로 영남이다.

영·호남은 국회의원 선거에선 여전히 특수 지역이다. 2004년 총선에서 영남 68개 지역구 중 60개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고, 호남에선 31개 중 30개가 신당의 전신(前身)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차지였다. 지역 지배 정당의 공천만 얻으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 확정과 마찬가지라는 식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지역구에 나가면 당선 근처에도 가지 못할 사람들이 영·호남에서 '공천=당선'이란 사실상 무투표 당선의 혜택을 입어 자칭 중진(重鎭) 의원 행세를 해왔다.

그러니 영·호남 다선 의원들은 다음 공천권을 누가 행사할지에만 관심을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의정 활동을 제대로 챙길 리도 없다. 부산·경남 지역 국제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의견은 부산 6.1%, 울산 7.4%, 경남 13.8%뿐이었다.

이들 지역 주민도 이런 '도토리 의원'들에게 염증을 내고 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지역언론인 매일신문과 광주일보의 신년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3%와 56.4%가 '현역 의원 교체'를 바랐고, 부산·울산·경남에선 54.2%(한길리서치 조사), 전북에선 71.8%(리얼미터 조사)가 그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영·호남 다선 의원 물갈이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에선 이미 친이(親李)·친박(親朴)간 공천 물밑 거래설이 파다하다. 이런 거래의 혜택은 영남권 다선 의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신당에선 손 대표 추대에 공을 세운 몇몇 호남 중진들이 지역 공천권을 얻은 듯 행세하고 있고 다들 그 줄을 잡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신당에 제의한 합당 협상의 핵심도 호남 공천 나눠먹기다.

우리 정치판에서 성장이 멈춘 묵은 수종(樹種)을 뽑아내고 앞으로 크게 뻗어갈 새로운 정치 묘목(苗木)을 심어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10년 20년 후 이 나라를 걸머지고 나갈 수 있도록 세계화된 비즈니스계(界)의 40대 엘리트,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국(局)·과장(課長)급 관료, 세계의 흐름을 앞서 읽고 대비할 수 있는 국제화된 신예(新銳) 학계 인사를 정치판에 이식(移植)해 다가오는 정치의 국제 경쟁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도 '헌 사람'끼리 나고 드는 단순한 물갈이가 아닌 이런 '국제 경쟁력 기준의 물갈이'로 여야의 개혁 열의(熱意)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