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24일 TV 정책연설에서 "이념 지향의 무능한 세력을 대체할 깨끗하고 유능한 진보의 길이 우리가 지향할 새로운 진보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진보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가자는 게 아니며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누가 내 정체성을 묻는다면 당연히 일자리라고 대답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며칠 전엔 "지금까지 진보는 말만 했지 국민에게 빵을 줬느냐, 옷을 줬느냐"라고도 했었다.
신당의 주축은 이념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친 세력이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시장(市場)의 논리와 요구에 따르기보다는 국가가 언제 어느 때고 시장에 개입(介入)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대표적인 예(例)가 부동산 시장과 노동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이다. 국가 부분이 비대(肥大)해져서 민간 부분을 억누르고 국가의 계획 기능을 시장의 가격과 수급에 대한 자동 조절 능력보다 앞세우면 경제는 위축되게 돼 있다. 경제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돌아간다. 이게 경제 원리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지난 5년간 민간 경제를 대신해서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그 사이 빈부 격차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평등과 복지를 일방적으로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평등과 복지가 위태로워지는 좌파(左派)의 역설(逆說)이 지난 5년 사이 이 땅에서도 어김없이 증명됐다. 작년과 재작년 도미노처럼 넘어졌던 유럽 좌파 정권의 퇴진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에서 노무현 정권의 몰락과 이명박 정권의 등장도 같은 맥락이다.
손 대표가 내세운 '일자리 정체성'은 이 같은 세계의 흐름에 대한 분석과 그에 입각한 한국 좌파(左派)의 위기 탈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 손학규 대표의 도박이고 한국 야당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여기에는 두 가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내부(內部)의 도전이다. 지금 신당의 머리 위로는 이러다간 모두가 쓸려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붕괴의 불안감이 떠돌고 있다. 이런 모두의 불안감 속에서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원인 제공자들인 당내 극좌파(極左派)가 조직의 우세를 발판으로 역공(逆攻)에 나설 경우다. 손 대표로 대표되는 당 재생파(再生派)가 여기에 밀려서 타협하거나 그 앞에 주저앉을 경우 다음 총선에서 신당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
또 다른 도전은 국민으로부터 온다. 국민이 신당의 변신(變身)을 위기 모면을 위한 일시적 위장술(僞裝術) 정도로 취급하고 변신의 진정성(眞情性)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다. 사실 열린우리당에서 신당까지 오는 과정에서 신당 핵심들의 처신은 충분히 국민의 그런 의심을 받을 만했다. 이 경우도 신당의 재생은 어렵다.
손 대표와 신당은 지금부터 4월 총선까지의 불과 세 달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이런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처지다. 손 대표가 얘기하는 "국가를 위해 협조할 것은 흔쾌히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는 것이 정치 현실의 장(場)에선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그것을 보고 신당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