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를 죽게 내버려 두는 나라(若者を見殺しにする�)
아카기 토모히로 지음|소후샤|349쪽|1575엔
이 책에는 '나를 전쟁에 향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필자 아카기 토모히로(赤木智弘)씨는 지난해 "일본의 폐색(閉塞)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전쟁도 불사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해 최근 보기 드문, 본격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말하는 '폐색 상황'이란 저자 본인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빈곤으로 고통 받는 현실을 뜻한다. 하지만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것은 폭력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엄혹한 취직난에 직면한 한국의 '88만원 세대'라면 그 내용에는 반대해도 저자의 억울함만은 이해가 될 것이다.
아카기씨의 논문은 지난해 아사히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논좌'(論座)에 처음 실렸다. 어떤 배경에서 이 논문을 썼는지, 논문을 발표한 뒤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 그는 이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아카기씨는 1975년생이다. 도쿄 근처의 지방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버블 붕괴 때문에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서른 두 살이 된 지금도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일본에서는 '후리타'라고 부른다. 호경기 때 '직장에 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자유롭게 하는 프리랜서'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조어지만 그런 긍정적 뉘앙스는 이제 없다. '취업 빙하기'라고 불리던 시기(1997~2002년)에 후리타가 특히 대량으로 발생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2006년 일본 경단련 조사 결과 이들을 정규직 사원으로 적극 채용하겠다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1.6%에 지나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아카기씨는 밤마다 8시간 동안 허드레 노동을 해서 월급 10만엔(86만원) 조금 넘게 번다. 흡사 일본판 '88만원 세대' 같다. 부모님 집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간신히 생활이 가능하지만 "부모가 돌아가시면 '홈리스가 될까, 자살할까' 양자택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아카기씨의 주장은 냉정한 분석과 자포자기 식의 과격한 주장의 혼합물이다. 일부를 요약하면 이렇다.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누구도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을 보유한 단란한 중년 부부에게 지금 가진 집을 팔거나 이혼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젊은 독신자에게 결혼해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돈을 주지 않는 것은 간단하다. 그래서 사회는 그것을 허용한다."
"노사 모두 직원 신규 채용을 줄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는 후리타들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참기 어려운 불평등감이 쌓인 결과, 약자인 젊은이들이 택한 방향 중 하나가 우경화(右傾化)이다." "단순하게 얘기해서, 일본이 군국주의 국가가 돼서 전쟁을 벌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는다면 사회 구조는 다시 유동적이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것을 바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 사회가 '축복받은 늙은이 대(對) 수탈당하는 젊은이' 구도로 양분됐다고 지적하는 논객은 아카기씨 말고도 많다. 불공평한 취업 기회, 연금제도에 대한 불만 등을 지적하는 그들의 저서에는 과격한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우리들은 욕망 때문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노인들과는 다른 선택지를 얻어야 한다"는 식이다.
아카기씨는 지난해 11월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실린 대담에서 "아직은 세대론이 '나이 많은 인간은 싫다'는 정도에서 끝나지만, 경제적 격차와 엮이면 전혀 다른 것이 된다. 한쪽은 가난한 세대, 다른 한쪽은 풍요로운 세대로 양분되면 단순히 비판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죽는 세대와 죽이는 세대와 같은 차이가 된다"고 까지 말했다.
다만 그는 같은 대담에서 "사실 전쟁은 회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의 논문과 책 어디에도 전쟁의 상대나 전쟁을 일으킬 수단 같은 구체적인 것은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다.
또 자신의 논문에 격하게 반론한 다수의 저명 지식인, 정규직 사원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 노조의 배후에 있는 좌익 인사 등을 비판하고 우익을 높이 평가하는 내심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우경화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우익도 민족주의를 내세워 소수 약자에게 불이익을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 비판은 비교적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취업 빙하기'는 버블 붕괴에 따른 특수한 현상이었지만, 어느 나라든 경제가 성숙해져서 성장률이 둔화되면 취업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국의 '88만원 세대'가 아카기씨처럼 과격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장유유서를 중요시하는 전통과 함께 한국이 아직 상당히 높은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월말에 출범하는 새 정권에 거는 기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상황의 심각성은 다르지만, 취업난을 둘러싼 세대 대립은 어려운 과제이다. 앞으로 대학 갈 아이가 세 명이나 있는 나조차도 젊은이들에게 내 직장을 양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문제를 방치해도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카기씨처럼 분노, 원망, 증오 같은 어두운 감정을 갖게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것은 반드시 국가와 사회에 부담이 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간간이 언급하듯 테러의 근본 원인은 증오다. 그러나 미국은 우선 적대세력을 무력으로 없애려고 들기 때문에 증오를 순화하는 연구가 부족하다. 이래서는 테러가 없어지지 않는다. 테러의 위협과도 닮은 아카기씨의 과격한 주장은 일종의 비명이자 경종이다. 너무 깊은 좌절감이나 폐색감을 국가 속에 쌓는 것은 옳지 않다. 나카지마 테쓰오 마이니치 신문 서울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