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런 악덕 자본가, 세계 최고의 부자 록펠러

세계 최고의 부자, 위대한 자선가 등으로 불리는 석유왕,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1839~1937)는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록펠러 가문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는 석유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는데,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재산의 3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1919),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와 함께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살아생전 그의 재산에는 항상 '더러운 돈'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록펠러는 미국 석유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독점 기업을 운영하면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다. 뇌물과 리베이트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른바 '검은 돈'을 싹쓸이했다. 경쟁자와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도 서슴지 않는 탐욕스럽고 악독한 자본주의 기업가였다. 원한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는 항상 침대 곁에 총을 두고 자야 했다.

하지만 지금 록펠러는 '악덕 기업가'라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위대한 자선 사업가'로 칭송 받는다. 대체 무엇이 그의 이미지를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록펠러

록 펠러와 그의 가문은 오명을 씻고자 엄청난 돈을 사회에 기부하면서 자선사업을 벌였다. 록펠러는 만년에 "내 재산은 인류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말하며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1913년 당시 5000만 달러를 기부하여 세계 최대의 재단인 록펠러 재단(The Rockefeller Foundation)을 설립했고, 록펠러 의학연구소, 록펠러 대학(현재의 시카고 대학), 록펠러 센터 등에 자신의 엄청난 재산을 쏟아 부었다.

록펠러는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1909년부터 준비했지만 당시 그의 악명이 얼마나 높았던지 연방 정부의회의 인가를 받는 데만도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가 얼마나 선행을 하든지 간에 재산을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을 갚을 수는 없다"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록펠러의 자선단체들은 교육·의학·과학·문화·예술 분야에서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예술단체와 미술가들도 후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백남준씨도 록펠러재단의 후원기금을 받았었다.

지난 2007년 5월 뉴욕의 소더비 경매(Sotheby's)에서 색면추상화의 대가로 불리는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화이트 센터(White Center, 1950)'가 7280만 달러(한화 약 673억 원)라는 엄청난 가격에 낙찰된 일이 화제가 됐다. '화이트 센터'의 원주인은 록펠러 2세의 막내아들로 전직 은행가이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명예회장인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 1915~)였다. 데이비드 록펠러는 이 그림을 1960년 1만 달러에 구입해 50년 동안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 뒀는데, 7000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률을 낸 것이다. 부자인 그가 또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버리면 끝일지 모르겠으나 그는 "작품을 판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기가 무척 아쉬웠지만 사회에 기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평생 애지중지했던 그림을 내놓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모습을 본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란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뜻하는 말로 "귀족은 귀족다워야 한다"는 프랑스어 속담에서 유래됐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로마제국의 번성에 기여한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사회의 지도층이 존경 받고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명예(Noblesse)'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도층이 누리는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며 사회적인 공공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

우리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그러한 기대가 충족될 때에야 이른바 '상류층 사람'들을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철학과 도덕성을 갖춘 진정한 상류층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록펠러 1세와 그의 후손들은 이제 오명을 거의 지웠을 뿐 아니라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공헌에 있어서 세계적인 모범 가문으로 꼽히고 있다. 록펠러 가문을 떠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기업인들에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