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보〉(133~137)=84년 11월, 조선일보 주최로 한일 프로 대항전이 서울서 열렸다. 결과는 일본의 3대1 승. 조훈현만 린하이펑을 꺾었을 뿐, 서봉수 윤기현 임선근이 가토(加藤正夫) 다카키(高木祥一) 등 일본 톱 기사들에게 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대일전 사상 최고의 선전(善戰)이라며 축승 무드였고 일본은 '충격'에 빠졌었다. 당시로선 한국의 무명 四단이 일본 타이틀 홀더에게 완승을 거두는 지금 이 광경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33으론 136에 늘어 중앙 백을 계속 노리고 싶지만 잘 안 된다. 참고 1도가 그 해답. 133 때 무심코 '가'로 막았다간 다시 참고 2도의 코스로 백이 파탄이다. 초읽기 속에서 모르는 척 던져오는 추격자의 살수(殺手)도 매섭고, 역시 시간에 쫓기면서도 귀신같이 지뢰를 피하는 도망자의 발도 감탄할 만하다.

136으로 시원하게 따내 백 대마가 무사히 생환해 가선 누가 봐도 백 우세의 국면. 하지만 흑은 아직도 모종의 노림을 품고 있었다. 그 타깃은 하변 백 대마. 137이 독을 품은 수로 백은 최후의 시험대에 오른다. 여기서 백 '나'면 도대체 무슨 수단이 있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