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국회를 찾아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부탁했다. 당선자는 이어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했고, 곧 민주당과 국민중심당도 찾을 예정이다. 당선자는 얼마 전에도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를 존중하고 동반자적 입장에서 일하겠다. 행정부와 국회 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었다. 일단은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다.
당선자는 손 대표에게 "대통령 두 번 하는 것 아니다. 여야를 초월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효율적인 정부, 능률적인 정부를 위해 고생했다. 발 빠르게 준비한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청와대 조직과 통일부가 외교부에 흡수 통합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경제건설과 일자리에 관한 한 여야가 없다. 적극 협력하겠다. 가장 협조적인 야당이 될 것이고 동시에 단호한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현재 국회 다수당은 신당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새 정부가 내각도 구성하지 못한 채 출범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대화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주고, 앞으로 원만한 타협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민노당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선자에게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부서가 약해졌다" "통일부와 여성부 폐지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선자는 "남북 문제도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가 수군수군 밀실에서 하는 시대는 지났고 전면 확대해서 부처끼리 다 협조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선자는 "나는 태생적으로 소외 계층에 관심이 많다. 민노당이 그런 문제를 대변하는 정당이 돼 달라"고도 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을 혹독하게 공격했던 다른 정당을 찾아 대화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가 그 벽을 깨고 청와대에서 야당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이라고 선진국형의 행정부·의회 관계를 만들어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당 당사를 찾은 당선자의 결심이 단지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일회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