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고 친구가 좋아‘루싸이트 토끼’로 뭉친 스물 두살 동갑내기 두 사람. 왼쪽이 조예진, 오른쪽이 김선영이다.

어떤 음악에 밤늦게 매혹되는 일은 건강에 좋지 않다. '루싸이트 토끼(Lucite Tokki)'를 처음 알게 된 밤에 CD 플레이어를 '전체 계속 반복' 모드로 놓고 한없이 듣다가 이튿날 출근할 때 토끼 눈이 되었다.

스물두 살 친구 사이인 여자 둘이 기타 치고 노래하는 이 듀오가 최근 내놓은 데뷔 음반 '트윙클 트윙클'은 요즘 스무 살의 감성으로 한때 스무 살이었던 감성의 묵은 먼지를 털어낸다. 인터넷에서는 '여자 재주소년', '재주소녀'란 평도 나온다.

"기타와 '운전'을 맡고 있다"는 김선영과 보컬을 맡은 조예진은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동기생이다. 대학 1학년 1학기였던 2004년 봄, 중간고사 실습과제로 팀을 이뤄 곡을 쓰고 노래한 뒤로 지금껏 한 팀이다. 김선영이 (정확히는 그의 앞니가) 토끼처럼 생겼다고 '토끼'로 출발해, 어느 날 루사이트(투명합성수지) 재질의 별 목걸이를 "품절돼서 못 산 게 한이 돼" 지금의 팀 이름이 됐다.

"저희도 '재주소년' 음악 좋아해요. 아마도 비슷한 나이에 데뷔해, 감성적으로 비슷한 것 같아요." 기타를 치는 김선영은 별명이 '영태'다. 예전 드라마 '야인시대'의 영태와 비슷하다고 붙여졌다. "교회에서 잘생긴 오빠가 기타 치는 걸 보고" 중학생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곡을 쓰고 음반을 만들 실력으로 늘었다.

"유희열의 'FM 음악도시'를 들으면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고, 유희열 음악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김선영을 '영태군'이라고 부르는 조예진은 가사를 많이 쓴다.

유희열류(流)가 대개 그렇듯, 이들의 노래 가사는 스토리를 문학적으로 압축해 담고 있다. 첫 곡 '수요일'엔 '피아노 레슨'이란 부제가 붙었다. '수요일 단 한 시간/ 일주일에 단 하루/…/떨리는 손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기다려/ 네게 내 맘 들켜 버리기를' 하는 가사는 과외선생과 학생 사이의 (스무 살 이전에 있을 법한) 풋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타이틀곡 '12월'은 조예진의 대학 졸업작품이고, 일찌감치 따로 발표돼 인터넷에서 제법 알려진 '봄봄봄'은 일본 여자듀오 '키로로'를 연상케 하는 소박하고 예쁜 포크 곡이다.

'수요일', '미래도시', '디스코'는 두 사람 모두 '롤러코스터'에서 영향받았음을 입증한다. 반면 나머지 곡들은 2008년 한국 청년들이 포크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데뷔앨범에 실린 곡 대부분이 대학 시절 쓴 것들이에요. 졸업 전에 이미 데모 CD까지 만들었죠." 둘은 "음반기획사 두 곳에 보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며 "대형기획사는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았고, 우릴 받아줘도 전혀 다른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 아예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음악은 물론, 이들의 홈페이지와 음반 속지에는 TV·인터넷·만화·게임·동성애까지 스무 살들의 화두가 찾기 쉬운 숨은 그림처럼 어설프게 배치돼 있다. 전곡을 조예진이 불렀고, 히든 트랙에서 김선영이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의 노래실력을 '히든'한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 가사의 일부는 이렇다. '걱정마/ 괜찮아/ 운전은 내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