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 서울시립대 교수

민중 혹은 민족의 개념을 앞세운 좌파 지식인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진행방향을 왼편으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전개해 왔다. 그동안 꾸준하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그들의 작업은 특히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는 국가 권력의 지원까지 받음으로써 더욱 큰 힘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작업이 그동안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확인할 수 있거니와,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분야는 현대사 교육의 영역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일관되게 민중 민족주의 좌파의 이념에 입각하여 해석하고 설명하는 일이 이제는 드물지 않게 되었다. 그런 작업이 이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얼마만 할 것인지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문학 분야에서 그들이 이룬 성공도 주목된다. 많은 문학인들이 우리 현대사를 민중 민족주의 좌파의 이념에 입각하여 해석하고 형상화하는 일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런 노력의 결과로 나온 작품들 가운데는, 엄청난 대중적 호응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여럿 있는 것이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글들을 두루 읽어 보면, 예외 없이 발견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배타적 민중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신앙처럼 섬기고 있다는 점이 그 첫째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그 둘째이다.

그들의 글에서 발견되는 이 두 가지 특징은 모두 심각한 문제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화인, 지식인들의 작업은 이제껏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배타적 민중주의나 민족주의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늘 사실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기 맞서서 '이성'과 '진실'의 논리를 발전시키며, 더 나아가 그런 논리를 널리 전파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마땅할 것이다.

이런 작업은 오래전부터 절실하게 요청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가 근자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의 크기는 아직도 분야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위에서 언급된 두 가지 분야만 보아도 그렇다. 현대사 교육 분야에서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여러 뜻있는 인사들이 교과서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존 좌편향 교과서들의 문제점을 치밀하게 비판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한국 현대사의 허구와 진실-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비판한다'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함으로써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역시 이 분야에 대해 전문성과 사명감을 지닌 여러 학자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세대의 새 역사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한국 현대사 이해'라는 책을 출간함으로써 의미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 비하면 문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소설가 홍상화씨의 '디스토피아'를 비롯한 몇몇 비판적 작업의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거의 다 고독한 단발성 문제제기에 머물렀을 뿐, 민중 민족주의 좌파 문학의 문제점과 부정적 영향에 대한 체계적 검증이나 구체적 대안의 제시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분야에 따른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이제부터의 전망은 어느 분야에서든 희망을 가질 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배타적 민중주의 혹은 민족주의의 퇴조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대세가 되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런 때일수록, 민중 민족주의 좌파 논리를 넘어서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고자 하는 지식인들은, '이성'과 '사실'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확고하게 지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중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자신들의 과제를 설득력 있게 수행해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