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냉동 물류창고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7일 오전 10시 45분. 창고가 폭발할 때 공장 밖으로 튕겨 나왔거나 재빨리 대피한 17명 이외에 실종된 40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까지는 13시간이나 걸렸다. 오후 3시 지하 1층에서 첫 사망자가 발견된 이후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것은 오후 11시 20분이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
◆반지하방 형태 창고로 피해가 커져
이번 구조 작업이 더뎠던 것은 '반(半)지하방'처럼 생긴 냉동 창고의 구조 때문이다. 처음 폭발이 일어난 곳은 가로 187m, 세로 121m 운동장만한 크기의 냉동창고 지하 1층 건물로 지상 1층보다 2배 이상 넓다. 말이 지하 1층이지 출입문 쪽은 지상으로 나와 있어 지상도로와 바로 연결된다.
이 창고는 1층에서는 제품의 분류 작업을 하고 실제 냉동고는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하가 더 넓다. 자연히 유독가스가 빠져 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오전 10시 55분쯤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곧장 지하 1층으로 진입할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철골과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져 있어 붕괴 위험도 컸다.
결국 소방당국은 지하1층 창고 위에 해당하는 아스팔트 주차장 바닥에 직경 5m 크기의 구멍 10개를 뚫은 뒤 물과 화약약품을 쏟아 넣었다. 소방 관계자는 "유독가스로 인해 건물안으로 곧바로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큰 불이 잡히고 살수(물뿌리기) 작업이 끝난 3시 무렵에 본격적인 수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폭발로 구조작업 지연
강력한 폭발이 계속된 것도 구조작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폭발로 지상과 연결된 지하1층 출입문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오후 3시 11분~25분까지 처음 수습됐던 6명의 사망자 시신이 출입문에서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이런 이유로 추정된다.
소방관계자는 "불이 난 뒤 냉매주입작업을 하기 위해 창고안에 두었던 프레온가스통 등이 잇따라 폭발해 사고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폭발을 목격한 김한영(52)씨는 "처음 폭발이 일어난 뒤 12시 반까지 다섯 차례 정도 폭발이 있었고, 마지막 폭발 때는 검은 연기가 200~300m 치솟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까지 작은 폭발이 계속되자 소방당국은 구조 작업을 오후 8시까지 일시 중단하기 도 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들은 남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옷이 화기(火氣)에 녹아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사고 난 창고 회사는
전국 10여곳에 창고… 한달 전에 보험 들어
7일 화재가 일어난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창고는 부동산 컨설팅과 창고업을 겸하는 ㈜코리아2000 대표이사 공모씨 소유다. 이 회사는 산하 건축사사무소와 코리아창고, 한국창고 등을 통해 창고 건설과 임대업을 해왔으며, 2002년부터 이천시 일대에 물류와 냉동창고를 건설해 전국 10여 곳에 창고를 갖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창고는 유산리에 건설된 여러 개 창고 중 하나로, 연면적 2만9583㎡(약 8949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이천시 건축과에 따르면 이 창고는 지난해 7월 착공돼 11월 5일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소방시설 완공검사는 승인 20일쯤 전인 10월 19일 받았으며 10월 24일 소방준공 검사필증이 발급됐다고 한다.
㈜코리아2000측은 지난해 11월 27일 이 건물 전체에 대한 153억원짜리 기업종합보험을 LIG손해보험에 들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피해 조사와 사고원인 조사가 나오는 대로 보험사가 보상절차를 진행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원인을 포함한 책임 소재가 뚜렷하게 가려지지 않을 경우 보상문제 해결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사망자 40명
▲김준수(32·효자원 안치)
〈전기업체 한우 소속〉▲이종일(45)▲강재용(66)▲황의충(48)▲최기영(50)▲지재헌(46)▲우민하(38)▲김태규(30)▲최용춘(36)▲윤종호(32)▲김진수(40)
〈냉동업체 유성 소속〉▲김우익▲김영호▲윤석원▲이용호▲임남수▲장행만▲김용민▲김완수▲윤옥주▲이용걸▲윤옥선▲최승보▲이준호▲박용식(중국교포)▲김군(〃)▲박경애(〃)▲조동면(〃)▲이명학(〃)▲김용해(〃)▲엄준영(〃)▲손동학(〃)▲김진봉(〃)▲정향란(〃)▲이성복(〃)▲박영호(〃)▲미상(〃 추정)
〈에어컨업체 아토테크 소속〉▲신원준
〈청소업체 소속〉▲이을순(여·55)
▲소속·신원 미상 1명
◆부상자 10명
〈구로성심병원〉▲채중한(남·47)▲이경희(남·50)▲천우환(남·33)
〈강남베스티안병원〉▲안순식(남·51)▲박종영(남·38)▲심영찬(남·50)▲임춘원(여·45·중국 교포)
〈파티마병원〉▲신창선(남·52)▲카이룰루(남·32·우즈베키스탄)▲김형문(남·48)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