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 바둑계 정상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어지러운 싸움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단은 이세돌 이창호 박영훈의 3강 체제로 흘러갈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2008년 1월 7일 현재 이세돌은 6개 타이틀을 거머쥔 국내 랭킹 1위이고, 이창호와 박영훈은 나란히 3관왕으로 군림하면서 2,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해 판도의 열쇠를 쥔 기사는 아무래도 이세돌이다. 그는 새해 벽두부터 LG배와 삼성화재배 등 양대 세계 기전 결승에 연속 출전한다. 기성전서도 도전자 선발 토너 4강까지 진출해 있어 1분기 중 최대 9관왕 등극 야심에 불타고 있다. 이창호는 원익배 4강에 올라 영토 확장을 노리는 중이다. 박영훈 역시 삼성화재배와 맥심배 결승전을 모두 장식할 경우 3월까지 최고 5관왕도 가능하다.

신년 초 정상 다툼의 최대 격전장은 이세돌과 박영훈이 정면 격돌하는 제12회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될 전망. 이세돌이 이긴다면 더욱 강력한 '통치 기반'을 구축하게 되고, 박영훈이 승리할 경우엔 이세돌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둘의 양강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현재 이세돌은 도요타덴소배 및 TV아시아선수권 등 2개, 박영훈은 1개(후지쓰배)의 세계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3번기로 펼쳐질 삼성화재배 결승은 21일 시작된다.

83년생 이세돌과 두 살 아래의 박영훈은 총 23국을 겨뤄 이세돌이 13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세돌은 2006년 이후 상대 전적에서 5승 1패를 달리며 박영훈의 추격을 따돌리는 듯했으나 지난 연말 뜻밖에도 3연패를 당했다. 이 시점의 기세로만 본다면 오히려 박영훈 쪽에서 심리적 주도권을 잡은 채 결승이 펼쳐질 가능성도 꽤 있다. 이세돌이 기성전 도전권 획득에 성공할 경우엔 현 기성 박영훈과의 또 한 차례 격돌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이창호를 빼고 정상 판도를 논할 수는 없는 일. 지난 한 해 극도의 부진 속에서도 그는 왕위 12연패(連覇), 중환배 및 바둑왕전 우승으로 조용히 재기의 터전을 다져놓았다. 우리 나이로 34세. 노쇠는커녕 오히려 원숙미가 붙어갈 연령이다. 새해 바둑계 향방을 결정할 열쇠의 진짜 임자는 어쩌면 이창호일는지 모른다.

이창호와 이세돌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99년 첫 대결 이후 지금까지 총 43번을 맞붙어 이창호가 24승을 챙겼고, 2006년 이후만 따지면 이세돌이 5승 2패로 앞서있다. 당대의 두 스타가 지난해 고작 두 차례(1승 1패) 마주쳤을 뿐이란 점도 희한하다. 둘 간의 5번 승부는 2004년 왕위전을 끝으로 4년째 중단된 상태. 쌍방이 공개적으로 본격 타이틀이 걸린 '진한 5번 승부'를 벼르는 등 올해 '끝장'을 볼 태세다.

박영훈 대 이창호의 힘겨루기 또한 예상이 쉽지 않다. 박영훈은 지난 해 이창호에게 2승 1패로 앞섰지만 통산 전적에선 7승 11패로 뒤져있다. 2006년 이후에만 보면 이창호가 4승 3패로 우세한데, 가장 '큰 판'이었던 후지쓰배 결승 판은 박영훈이 가져갔다. 꼭 열 살 차이인 둘의 싸움은 30대와 20대 간의 '세대 간 전쟁'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스타일 면에서도 셋의 대결은 흥미롭다. 이창호는 발군의 계산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해 온 기사. 정교하고 타이트해진 것이 현대 바둑의 특징이라면 그 출발점은 이창호로 봐야 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종반 능력이라면 박영훈의 솜씨도 그 못지않다. 오히려 끝내기 능력에선 이창호를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세돌은 무시무시한 살상력으로 바둑 팬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사. 독특한 개성, 팽팽한 전력(戰力)으로 물고 물릴 '바둑 3국지'가 2008년을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