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2일 오후 뇌사판정위원회(위원장 이정교·신경외과)를 열고 지난 12월 25일 경기 도중 쓰러진 복서 최요삼에 대해 최종 뇌사 판정을 내렸다.

본지 1월 3일자 보도

지난 3일 0시 1분 최요삼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링 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뇌사(腦死)에 빠진 상태였다. 의료진은 그의 마지막 생명을 붙들어주던 인공호흡기를 떼고 장기를 적출했다. 그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뇌사에서 심장사(心臟死)가 됐다.

뇌사는 대뇌는 물론 호흡을 담당하는 대뇌 밑의 뇌간 기능도 사라진 상태다.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하다. 인공호흡기를 달면 심박동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심장사는 심박동이 회복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멈춘 상태다. 그때까지 설사 뇌 기능이 살아있어도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해 3~4분 이내에 뇌 기능은 완전히 소실된다.

만약 의료진이 뇌사가 아닌 식물인간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뗐다면, 살인죄가 된다. 뇌사는 소생 가능성이 없지만 식물인간은 극히 드물게 회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 선수의 가족이 장기 기증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불법이다. 국내 현행법상 뇌사는 장기 이식을 할 때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죽음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말인가. 이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1968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 흑인 노동자가 공사장에서 추락하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병원에 옮겨진 그에게 뇌 기능이 정지돼 소생 가망성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병원 측은 마침 심장 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 환자의 심장을 이식했다. 하지만 환자 가족들은 비록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지만 멀쩡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떼어낸 것은 고의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싸움은 법정으로 비화됐다. 결국 법원은 뇌 기능의 정지가 곧 사망이라고 해석하면서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미국에는 '뇌사 정의 특별위원회'가 조직됐고 사망 기준을 심장과 뇌 기능 중 어느 하나가 정지됐을 때로 정했다. 이 기준은 표준사망판정 법안 등에 반영됐다.

일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968년 뇌사로 진단된 21세 대학생의 심장을 의료진은 18세 심장판막증 환자에게 이식했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이 이 집도의를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일본 사회 뇌사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20여 년간의 지루한 논란 끝에 일본은 결국 뇌사를 장기 이식에 인정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경과를 밟았다. 1988년 뇌사자 간이식이 이뤄지면서 뇌사 인정 여부가 공론화됐다. 마침내 지난 2000년 뇌사는 장기 이식에 한해 법으로 인정됐다.

그래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뇌사 자체를 심장사와 똑같이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뇌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의학 기술이 발달한 데서 비롯됐다. 소생 가망이 전혀 없는 단순 연명 치료를 줄이자는 뜻이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 이윤성 교수는 "뇌사를 목적에 따라 인정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는 현재 상황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의견은 다르다. 심장사는 시점이 명확하나 뇌사는 판정 시점이 모호하고 인위적으로 조절 가능해 사회적 혼란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의료전문 전현희 변호사는 "자식이 없는 부부가 동시에 사고를 당하여 둘 다 뇌사상태가 됐다면, 두 사람 각각의 뇌사 판정 시점에 따라 그들의 재산이 친가 아니면 처가 쪽으로 완전히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할 경우 유언의 효력 발생 시점, 생명보험금, 연금 등의 청구권 발생 시점 등이 모호해진다고 전 변호사는 말했다.

현행법상 뇌사는 생존과 사망의 교집합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생명 윤리가 의학 발달에 많은 양보를 하면서 진화해왔듯이 '뇌사=죽음' 논란도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의학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