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재정경제부가 공중 분해되는 거냐?"

1일 출근한 재경부의 고위 간부는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시무식에서 일본의 대장성 개혁을 언급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은 관(官)주도 경제를 상징하는 재경부를 정비·축소하는 것"이라며 "재경부처럼 경제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으로는 기업 친화적인 경제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 정비'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 금융감독위로 넘기되, 기획예산처의 국가전략 기능을 재경부에 붙이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재경부는 예산·금융·세제의 3대 핵심 권한 중 세제만 남게 돼 힘이 뚝 떨어지게 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안은 현재 5명 안팎의 핵심 인사들만 참여하는 회의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오는 10일쯤 개편안의 윤곽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경부가 주타깃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재경부 기능 축소에 대해 "지금은 시장과 기업이 강한데,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경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2008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재경부 축소론의 핵심 논리는 금융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재경부가 그동안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만 금융 산업의 발전을 허용해 왔다고 본다"면서 "우선 재경부에 묶여 있는 금융을 풀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공약한 산업은행 투자 부문 민영화에 대해 재경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재경부에서 금융을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재경부는 지난 1998년 재정경제원이 해체되면서 금융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에 넘기고 금융 '정책' 기능만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도 떼어낸다는 것이다.

대신 기획예산처에서 국가전략기획 기능은 넘겨받도록 한다는 구상이 검토되고 있다고 인수위 관계자가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예산 기능만 유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재경부는 노무현 정부가 내놓았던 '비전2030' 등의 장기 국가 비전이나 양극화 대책, 경제자유구역 추진 등의 주요 국가 정책을 관리하는 식의 경제 총괄 부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 관리, 세제 분야 등의 업무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예산에 대해 발언권이 없는 재경부라면 굳이 따로 둘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경제 컨트롤 타워가 정말로 불필요한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경부 축소의 방법으로 기획예산처에 흡수시킨다는 방안도 검토선상에 있지만,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외환위기 당시의 재정경제원에 가까운 ‘공룡 부처’가 다시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인수위는 이런 점을 감안, 재경부 개편안이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결과적으로 재경부측이 예산권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직 개편에 관여하고 있는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백악관 소속인 관리예산처에서 예산 편성을 한다"고 말했다.

◆소장교수 그룹 vs. 관료출신

재경부 축소를 정부 조직 개편의 테마로 잡고 있는 것은 인수위에 참여한 40대 교수 출신 등 소장 그룹이다. 반면 강만수 경제1분과장,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관료 출신들은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한 경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재경부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30일 사공 위원장의 기자간담회였다. 사공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은 기획조정 기능이 너무 약화돼 있다. 원칙적으로 이런 기능들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담회 도중 외부에서 쪽지가 전달됐고, 사공 위원장은 “평소 내 지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현재로서는 재경부 축소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의 '일본 대장성' 발언도 소장그룹 쪽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나, 최종적인 결론은 미지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구랍 31일 종무식에서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경부는 영원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가 정부 조직 개편의 주된 타깃이 된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