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가 결국 時限시한을 넘겼다. 시한은 2007년 12월 31일이었다. 당초부터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의 정확성과 성실성 여부가 6자회담 합의 이행의 분수령이 되리라는 지적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런 상황이 닥치리라고 전망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낌새가 없진 않았다. 북한이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의 존재를 부인할 때부터다. 최근 들어선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량조차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려 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경제적 보상이 늦어져 불능화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말만 불능화란 표현을 썼을 뿐 실제로는 빠르면 몇 달, 길어야 1년 이내에 복구가 가능한 수준의 눈가림 불능화였다. 이제 그마저 제대로 못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도 북한의 이런 태도를 돌이켜세울 순 없었다.

사태의 핵심은 북한의 意中의중이다. 북한이 6자회담 합의 자체를 白紙化백지화하려는 무모한 시도도 불사할 셈인가, 아니면 이행단계마다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협상전술의 연장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삭제, 적성국교역법 해제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는 데 대한 반발이란 분석, 신고 요구 압박에 몰린 북한이 불능화 속도조절로 맞서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1일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북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명박씨가 당선된 남한의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북의 본심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식의 곡절을 만들곤 했었다. 미국도 기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기 말로 가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발 한 발 물러서면서 북핵 폐기라는 문제의 본질이 변질될 가능성과 미국이 북한 태도를 변경시키기 위해 새로운 압력장치를 동원할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어떻든 한·미 당국이 현실의 끈이 아니라 일방적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는 인상이 점점 짙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새 정부는 경제문제보다 먼저 북핵문제로 머리를 싸매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