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신지애(19)는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점심 밥상 앞에 앉았다. 오전에 박세리 등과 함께 서울시청을 방문해 렉서스컵 우승 상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하는 등 서너 건의 스케줄을 마친 뒤였다. “시즌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는 신지애에게 2007년의 감회를 물었다.

“안 믿겨요. 그렇게 많이 우승한 것도 그렇고, 미 LPGA(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출전한 것도 그래요. 스스로도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올해 한국 여자 골프는 신지애를 빼면 얘기가 되지 않았다.

신지애는 2007시즌 국내 18개 대회에 출전해 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8시즌 개막전으로 지난 16일 끝난 차이나레이디스오픈까지 치면 올해에만 10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 프로 2년 만에 벌어들인 총상금은 10억원(2007년 6억7454만원, 2006년 3억7405만원)이 넘었고, 미 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6위, 에비앙마스터스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신지애는 현재 세계랭킹 8위로 한국 선수들 중 최고다.

2007년 국내 여자 골프를 평정한 신지애는 우승을 하면 아버지에게 용돈 100만원씩을 받는다. 올해에만 용돈 1000만원을 받았지만“돈 쓸 시간이 없다”고 했다.

50%의 우승 확률을 기록한 선수에게도 불만이 있을까. “다 우승하러 나가는 대회잖아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자꾸 조급해지는 걸 보면 멘털(mental·정신력)이 아직 부족해요.” 기술적인 면으로는 “어프로치샷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했고, 체력은 괜찮단다. “아직 어린 데다가 회복력이 좋아요. 힘든 경기를 치르고도 밥 잘 먹고 한숨 푹 자면 거뜬해요.” 신지애는 어느 대회든 ‘8시간 수면, 티오프 3시간 전 기상’이라는 원칙을 지킨다고 했다.

주변의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신지애는 “모교(함평골프고)가 있는 전남 함평에서 열리는 대회에 유독 약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작년엔 2위, 올해 3위였으면 괜찮은 성적 아니냐”고 되물었다.

프로 2년차 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팬이라고 했다. “이제는 정말 많이들 알아보세요. 어떤 분은 운전하다가 빨간 신호등에 걸리자 창문 좀 내려보라면서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신지애는 팬들의 응원이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절 지켜보는 게 좋아요. 갤러리가 많아야 경기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주변의 시선을 즐기는 편이냐’고 묻자 “골프 칠 때만 그렇다. 골프 빼면 제가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했다.

미국 무대는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후 가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2008년 말에 LPGA 퀄리파잉스쿨(시드 출전권 확보를 위한 예선전)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국내에서 2009년까지 뛸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새해를 맞는 목표는 “2007년처럼 꾸준하게, 2007년보다 1개라도 더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골프 말고 다른 건?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어요. 저 요즘 이유 없이 클라리넷에 꽂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