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기자

부산시가 시민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 범어사 입장료를 폐지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북문쪽으로 금정산을 오르려면 범어사 안 문화재를 보지 않는 데도 관람료 격인 500~1000원의 입장료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야 하는 데 등산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불만을 없앤다는 점에서 부산시의 이 조치는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적극 행정'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범어사 입장료 문제는 입장료를 부과하는 범어사와 등산객간의 문제다. 따라서 부산시의 이번 조치는 한편으론 범어사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된다. 전 시민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을 펼쳐야 하는 부산시가 한 사찰의 고민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해 준 셈이다.

이게 아니라면 금정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불편을 해소해준 것이 된다. 한 해에 범어사를 통해 금정산을 찾는 등산객은 3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부산시 전체 인구 360여만명의 10%도 채 안된다. 금정산 등산의 ‘수익’은 30여만명이 누리는 데 그에 대한 비용 부담은 360여만명 시민 전체가 지는 셈이다. 놀이공원 입장료를 지자체가 대신 내주는 꼴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란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또 “개인 또는 공공기관이 아닌 단체에게 기부금, 보조금 또는 기타 공금의 지출이 제한된다”는 행정자치부의 ‘세출예산 운영을 위한 일반지침’ 등에도 위배된다. 사찰의 관람료 징수는 전국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중앙정부나 여느 다른 지자체들은 대납해주지 않고 있다.

6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부산시에겐 입장료로 범어사 측에 줄 2억원이 얼마 안될 지도 모른다. 또 일부라 해도 시민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민원이 발생할 소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을 이런 식으로 집행한다면 분명 문제다. 다음에도 시민 혈세의 선심성 지출을 별다른 고민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